“민주화운동만으로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했다고 교과서가 기술한다면 한국 현대사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서울대 안병직 명예교수(사진)는 26일 대한민국헌정회(회장 목요상 전 의원)가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개최한 정책포럼 ‘한국 현대사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한국 현대사를 기술하는 체계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 현대사의 체계와 이론-민중운동사와 대한민국사의 갈등’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안 교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이 민주화운동을 중심으로 한 민중운동사 체계로 한국 현대사를 서술하도록 돼있다”며 “(진보진영으로부터 ‘역사 왜곡’ 논란을 사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모두 한국 현대사 부분이 이처럼 민중운동사 체계로 서술됐기 때문에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은 오직 4·19혁명 이후 6월 민주항쟁에 이르는 민주화운동에 의해 이뤄졌다는 식으로 서술하게 돼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 명예교수는 이날 강연에서는 하지 않았지만 배포한 강연문에서 “민주화운동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회복하려는 민주회복운동에 불과했던 것”이라며 “민주화운동의 저변을 이룬 민중운동 속에는 인민혁명당, 통일혁명당, 민족민주혁명당 등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하고 (북한의) 인민민주주의를 수립하려는 운동이 있었음을 자성(自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명예교수는 “올바른 한국 현대사는 단순한 민주화운동사가 아니다”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한 건국헌법 제정 및 6·25전쟁을 거치면서 이를 지키기 위한 이승만 정부 시대의 갖은 노력, 박정희 정부 시대의 경제개발 역사를 빼놓고는 한국 현대사를 기술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런 역사적 조건 위에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이 더해져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해 왔다는 얘기였다.
안 명예교수는 “이처럼 민주화운동 중심의 민중운동사 체계로는 한국 현대사를 제대로 서술할 수 없다”며 “올바른 한국 현대사는 건국, 산업화, 민주화운동의 과정이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대한민국의 건국·발전사, 즉 대한민국사 체계로 서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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