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아시아·태평양시대를 말하고 아시아 기업들의 활약상을 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경영 기법에 대한 체계적 연구는 부족합니다. 이번 회의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아시아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연구하고 확산시켜 아시아 경영학 수출 시대를 열 겁니다.”
26일 오후 고려대 경영대 주최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영대학장 서밋’ 도중 ‘아시아 경영학 서울 선언문’이 채택된 직후 만난 이두희 고려대 경영대학장(사진)은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말처럼 또다시 밀려오는 책임감에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역사상 최초로 22개국 60여 개 경영대학 학장들의 총회를 성사시켰지만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는 것.
이 학장이 이번 ‘서밋(학장회의)’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1월 고려대 경영대학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하지만 구상 자체는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국제교육협회를 2006년 창설해 초대부터 3대 회장까지 역임하면서 50개국 463개 아태지역 대학의 협력을 주도해왔다. 이 학장은 아태지역의 유수대학 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서구에서 아시아로 경제의 중심이 이동하는 시기에 정작 주인공인 이 지역 경영학계의 교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G2시대를 말하면서도 정작 중국 기업은 잘 모르고, 동남아 신흥시장을 논하면서도 그들이 어떤 경영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응은 이 학장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뜨거웠다. 베이징대를 비롯한 수많은 중국 대학, 와세다대와 리쓰메이칸대 등 일본의 명문 경영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경영대 대부분이 즉각 참가의사를 밝혔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포스터 경영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과 칠레 등 남미 지역의 대학에서도 참가문의가 쏟아졌다.
이 학장은 “전 세계 경영대에서 아시아 경영 사례에 대한 갈증이 크고 이번 회의에 대한 기대도 컸기 때문에 큰 호응이 있었다”며 “아시아·태평양 시대에는 당연히 대한민국과 이 지역 대학들이 지역 경영학의 판을 짜고 사례연구와 보편적 이론 창출을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학장은 “서구에서 나온 이론은 그들의 학문이기 때문에 우리가 경영학을 주도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우리 지역과 기업들의 사례를 연구하고 보편적 적용 방안을 마련하면 ‘아시아·태평양 경영학’은 우리가 바로 세계 최고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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