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시 여고생 살인 사건도 도박의 덫에 빠져 파산한 남성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하남경찰서는 여고생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진모 씨(41·자동차 정비사)로부터 범행사실을 자백받고 27일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진 씨는 15일 오후 10시 40분경 하남시 감일동 감일2육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최모 양(17·고3)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진 씨는 25일 오후 7시 반경 서울 송파구 마천동 집 인근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운동하러 자전거를 타고 하남까지 갔다 온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다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26일 오후 10시 반경 범행 사실을 털어놓았다.
경찰에 따르면 진 씨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초등학생 딸과 유치원생 아들 등 두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다. 전과가 없는 그는 7, 8년 전부터 ‘경륜의 덫’에 걸렸다. 집 부근의 방이동 올림픽공원 경륜장을 자주 드나들면서 2000여만 원의 빚을 졌다. 최근에는 살고 있던 집의 전세금 3500만 원을 빼 빚을 일부 갚고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짜리 집으로 이사했다. 아내 수입까지 합쳐 한 달에 400만∼500만 원을 벌었지만 경륜에서 헤어나지 못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됐고 최근까지 생활고에 시달렸다.
결국 진 씨는 남의 돈을 빼앗기로 결심했다. 그는 접이식 과도를 소지한 채 범행 2, 3일 전부터 인적이 드문 감일2육교 주변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15일 오후 9시경 후배가 운영하는 호프집에서 소주 반 병을 마신 그는 육교 위에서 휴대전화로 야경 사진을 찍고 있던 최 양을 발견했다. 진 씨는 최 양에게 접이식 과도로 위협하며 돈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 양이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자 목, 등, 옆구리 등을 칼로 5차례 찌른 뒤 달아났다.
경찰은 범행 장소 주변의 폐쇄회로(CC)TV와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해 사건 발생 시각에 자전거를 타고 다급하게 도주한 진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해 검거했다. 진 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워 돈을 빼앗을 생각으로 흉기를 갖고 다녔다”며 “범행 당시 주위가 어두워 최 양이 고등학생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 당시 사용한 과도를 진 씨로부터 확보했고 진 씨의 집과 직장을 압수수색해 자전거 신발 등 23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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