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교과서 채택 안했다고… 日문부성, 지자체에 첫 시정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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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리는 가장 강력한 행정명령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교과서 채택 문제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에 시정요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요구는 지자체에 대한 가장 강력한 행정명령으로 교육 분야에서는 처음 시행된다.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교과서를 선택했다고 국가가 법적 조치를 가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3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오키나와(沖繩) 현 다케토미(竹富) 섬은 내년도 중학교 사회 교과서로 도쿄(東京)서적 책을 사용하기로 했다. 도쿄서적은 리버럴한 성향의 교과서다. 그러자 문무과학성은 “다케토미 섬이 속한 지역이 채택해야 할 교과서는 따로 있다”며 10월 초 오키나와 현 교육위원회가 다케토미 섬에 시정요구를 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문제의 발단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키나와 현 내 이시가키(石垣) 섬, 요나구니(與那國) 섬, 다케토미 섬은 같은 교과서를 채택해야 하는 지구로 묶여 있다. 2011년 8월 교육위원 8명이 무기명 투표로 극우 성향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계열의 이쿠호샤(育鵬社) 교과서를 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다케토미 섬 교육위원회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자체적으로 도쿄서적 책을 사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민주당 정권은 “절차를 어기고 독자적으로 행동할 경우 교과서 구입 시 정부 지원을 해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다케토미 섬 교육위원회는 기부금을 모아 도쿄서적 교과서를 구매했다. 그러자 자민당 정권은 시정요구라는 강력 대응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일본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기초 지자체인 시정촌(市町村)이 위법행위나 부적절한 사무처리를 했을 경우 상급의 광역 지자체인 도도부현(都道府縣) 등이 시정요구를 하도록 국가가 지시할 수 있다. 지금까지 주민들의 기본대장을 네트워크화하는 작업에 참가하지 않은 도쿄 도 구니타치(國立) 시와 후쿠시마(福島) 현 야마쓰리(矢祭) 정 등 2곳에 대해 시정요구가 내려졌다. 이 경우 지자체에 개선 조치를 명령할 수는 있지만 처벌할 수는 없다.

산케이신문은 다케토미 섬이 시정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30일 보도했다. 그 경우 문부성은 소송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우익교과서#일 문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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