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국의 11개 시도(市道)에 경제 및 관광 개발을 위한 특별행정구역(특구)을 하나씩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역별로 경제 개발의 거점을 마련하고 북한 전역에서 대대적인 외자 유치에 나서겠다는 의도여서 향후 북한 경제의 개방 범위와 속도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정통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최근 함경남북도와 양강도, 자강도 등 9개 도와 평양특별시, 남포특별시 등 총 11개 시도에 새로운 경제특구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미 중국의 투자를 받아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나선경제특구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이런 대대적인 경제개발 계획을 세우고 해외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신설된 북한 국가경제개발위원회 인사들이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1.5트랙(반관반민) 형식의 ‘동북아지구 경제성장 세미나’에 참석해 이런 구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7월 방북했던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 등의 전언에 따르면 북한은 원산과 백두산, 칠보산 등에 모두 6개의 관광특구를 만들려고 시도 중이다. 이 관광특구들이 11개 시도의 신설 추진 특구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대적인 외자 유치를 시도하자 싱가포르와 홍콩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의 경우 원산 쪽에 적극적으로 투자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북소식통은 “일본도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남포 지역을 중심으로 거액을 투자하려 한다는 말도 끊이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최근 자신감을 갖고 경제 분야의 변화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해외 자금의 이런 흐름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대북 경협분야 전문가인 유완영 유니텍코리아 회장은 “북한이 특구 신설을 위해 지역별로 이미 거점도시를 다 정해 놓은 것으로 안다”며 “관련법과 제도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일단 연말까지 이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관련 조치에 나선 상태”라고 전했다.
정부는 북한의 움직임과 해외 자금의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개혁개방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외자 유치 시도는 북한이 지난해 6·28경제개선관리조치에 이어 최근 공장과 기업소를 대상으로 자율성을 확대하는 일련의 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새로운 경제정책을 전면적으로 시행하려는 조짐은 아직 없지만 특구 추진 등을 포함해 경제에 크게 신경을 쓰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해외투자 유치가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국제적으로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북한이 해외투자 유치와 함께 외국 관광객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은 과거 김정일 시대에도 여러 경제개발 시도를 했지만 기본 체제의 한계 때문에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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