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슬러 증후군’ 다룬 영화 ‘그래비티’
파괴된 위성 조각 연쇄파괴 일으켜… 현재 지구궤도에 2만개쯤 떠돌아
2014년 쓰레기 청소위성 발사예정
캄캄한 우주공간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우주선에서 튕겨 나간다면 어떨까. 더군다나 무중력 상태에서 날아다니는 우주쓰레기에라도 부딪치는 날에는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는 끔찍한 상황일 것이다.
이런 소름끼치는 우주 조난 상황을 그려낸 영화가 다음 주 17일 개봉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화제다. 바로 ‘해리포터3-아즈카반의 죄수’를 만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SF영화 ‘그래비티’.
영화는 공학박사인 라이언 스톤(샌드라 불럭)이 우주공간에서 허블우주망원경에 새로운 시스템을 설치하는 동안 러시아가 자국 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하면서 시작된다. 파괴된 위성에서 튀어나온 파편은 총알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로 날아와 우주공간에서 작업 중이던 스톤 박사와 베테랑 우주비행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를 덮친다. ○ 위성 연쇄파괴의 공포 ‘케슬러 증후군’
SF영화라면 으레 등장하는 외계인이나 전쟁 상황도 없이 관객을 두렵게 만드는 것은 바로 어두운 우주공간 자체다. 고도 600km, 섭씨 125도에서 영하 100도에 이르는 공간에서 아무런 도움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생물체는 아직까지 발견된 바 없다.
우주공간이 위협적인 이유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간 지구 주위를 돌던 위성의 파편 때문이다. 이들은 대기가 없는 우주공간에서 영화에서처럼 초속 7∼11km로 날아다니며 또 다른 위성과 우주비행사, 우주정거장을 위협한다. 지름 10cm 정도의 파편 하나면 위성 하나를 충분히 박살낼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
문제는 파편에 맞아 파괴된 위성에서 또 다른 파편이 생겨 위성이 연달아 파괴되는 연쇄작용이 일어나 우주공간은 더 이상 인공위성을 띄울 곳이 없는 무시무시한 곳으로 변해 버린다는 것. 이런 악순환을 ‘케슬러 증후군’이라 부르는데 1978년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의 이름에서 따왔다.
현재 지구궤도를 떠돌고 있는 지름 10cm 이상 파편은 2만 개가 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우주쓰레기의 위협은 영화뿐만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우주쓰레기 때문에 손상 혹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10여 차례 회피기동을 한 바 있고 2011년 6월에는 우주쓰레기가 접근하자 승무원들이 탈출용 우주선으로 대피하는 일도 발생했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은 미사일을 발사해 쓸모가 없어진 자국 위성을 공공연히 파괴하기도 한다. 실제로 2007년 1월 중국이 자국 위성을 미사일로 요격해 파괴함으로써 엄청난 우주쓰레기를 만들어 전 세계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 모든 위성은 잠재적 우주쓰레기
2009년 2월, 수명이 다한 러시아 위성과 임무 수행 중이던 미국 통신위성이 충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2010년부터 미국 유럽 독일 등 위성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우주쓰레기 처리를 위한 연구가 본격화됐다.
현재까지는 수명이 다해가는 위성이 엔진을 가동해 고도를 낮춰 지구 주위를 떠도는 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올해 1월 나로호에 실려 발사된 나로과학위성의 경우 이런 역할을 하는 엔진이 없어 임무를 마친 후에도 수십 년간 지구 주위를 돌면서 우주쓰레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쓰레기 처리를 위한 국제 협력의 첫 번째 결과물이 스위스 우주센터가 2014년 쏘아 올릴 예정인 우주쓰레기 청소위성 ‘클린스페이스원’이다. 클린스페이스원의 첫 번째 임무는 장착된 갈고리로 스위스가 2009년, 2010년에 발사한 위성을 낚아채 함께 대기권으로 진입해 소각하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IT융합기술팀 김해동 선임연구원은 “NASA는 2020년까지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기술을 시연해 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유엔도 지구 주위 환경을 고려한 규제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도 앞으로 우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세계 기준에 맞춰 위성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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