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21명… 검거 간첩의 43%, MB정부때 14명-朴정부 출범후 4명
보위부 소속이 절반… 南부적응자 타깃
2003년 이후 10년간 적발된 간첩 49명 가운데 42.9%인 21명이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주된 임무도 탈북자 동향을 감시하고 이들을 납치해 북한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심재권 의원(서울 강동을)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아 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이후 공안당국에 검거돼 구속된 간첩은 49명이었다.
시기별로 보면 노무현 정부 때는 14명이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선 31명이나 됐다. 올 2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9월 말 현재까지 구속자는 4명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정권 차원의 간첩 검거 의지가 강했고, 공안 조직과 예산이 증가한 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탈북자 위장 간첩 21명 가운데 노무현 정부에서 구속된 사람은 3명에 불과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14명으로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구속된 간첩 4명은 모두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이었다.
위장 탈북 간첩을 소속 기관별로 보면 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가 절반에 가까운 10명(47.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찰총국(대남작전 및 비정규전 담당) 5명, 군 보위사령부(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위부대 격) 3명, 조선노동당 35실(공작활동 및 비자금 조성 담당) 1명, 기타 2명 등으로 조사됐다. 공작원 남파를 담당해온 225국(과거 대외연락부) 소속은 없었다.
이에 대해 1995년 ‘부여 무장간첩 사건’으로 검거됐던 김동식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탈북자 검거 전담기관이 보위부여서 보위부 소속이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보위부 소속 간첩의 경우 활동을 탈북자에 집중했다. 지난해 탈북자의 재입북을 유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 씨, 올 들어 탈북자를 북한으로 데려간 혐의로 구속된 채모 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찰총국 소속 간첩은 고위층 출신 탈북자 암살이 임무였다. 2010년 남파된 정찰총국 소속 간첩 3명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암살을 시도했고, 2011년에 남파된 정찰총국 소속 안모 씨는 탈북해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박상학 씨 살해가 임무였다.
2003년 이후 10년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2만2076명. 탈북자 위장 간첩의 증가는 한국 사회에서 탈북자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재입북 탈북자는 13명으로 집계돼 있지만 실제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언론매체에 등장해 재입북 사실을 공개한 사례만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탈북자에게 남파 간첩이 접근해 재입북을 권유하고 실제 재입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탈북자 사회를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공안당국은 탈북자 위장 간첩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다른 형태의 간첩활동이 줄어드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전체 남파 간첩 가운데 검거되는 수가 극소수이고, 자생(自生) 간첩이 늘고 있기 때문에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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