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외모 지상주의’ 열풍이 불면서 피부에 좋다면 마약 정제수까지 구해 바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드라마가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는 데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 이설주가 공공연히 화려한 외모를 자랑해 여성들이 겉모습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서 만난 복수의 여성 탈북자들에 따르면 당이나 군의 고위층 여성들 사이에서는 마약을 만들 때 부산물로 나오는 정제수를 구입해 얼굴에 바르는 게 유행이다. 한 탈북자는 “마약을 제조하는 곳이 많아 정제수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값이 비싸 일반 주민은 구입할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그는 “당 간부 부인 중 누군가는 마약에 빠져 살림살이까지 다 팔아 치웠다는 소문도 돈다”고 전했다. 다른 탈북자는 “정제수는 미안소(피부미용실) 등에서 은밀히 유통되는데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아기 살처럼 부드럽고 하얗게 된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일반인은 마약 정제수 대신 고약 비슷한 검은 연고를 이용해 미백하는 민간요법을 쓴다. 레이저 박피 시술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는 데다 설령 있어도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연고를 얼굴에 펴 바른 뒤 보름 정도 세수도 안 하고 있다가 씻어 내는 것이다.
쌍꺼풀 수술은 상당히 일반화돼 있다. 평양은 전문 병원에서 수술을 해 주지만 지방에서는 무면허 의사들이 가정집을 돌면서 해 주는 경우가 많다.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실력이 있다고 소문난 의사한테는 50달러(약 5만3000원)는 줘야 한다. 한 탈북 여성은 “나도 수술이 잘 안 돼 두 번 받았다. 주변에 자랑하기 위해 일부러 수술 자국을 남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먼저 탈북한 가족이 몇 년간 중국에서 돈을 부쳐 줬기 때문에 그 돈으로 수술비를 마련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코나 턱 수술은 전문 의료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
북한 여성들이 외모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한국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 한 탈북 여성은 “한국 연속극을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거기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외모를 동경한다”며 “여자들이 뚜껑이 있는 손거울을 장마당(시장)에서 사서 쓰는데 뚜껑에 대부분 이영애 등 한국 연예인들의 사진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설주가 화려한 서양 옷차림으로 TV에 자주 나온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 여성은 “젊은 여성들이 밥은 못 먹어도 차림새는 반듯하게 하고 밖에 나온다”고 말했다.
북한 사회가 이처럼 과거보다 좀 더 개방화되면서 청춘 남녀들의 애정 행각도 과감해지고 있다. 지방에서도 개인 주점이나 식당에서 두 사람 정도가 들어갈 수 있고 침대가 있는 목욕탕을 몰래 만들어 손님을 받는 곳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 개인 업소는 수익을 나누기로 하고 기관의 이름을 빌려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생들도 가곤 하는데 학생은 북한 돈 5만 원(약 8000원) 정도면 출입할 수 있고, 성인은 조금 더 비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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