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마라톤 5km부터 천천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4일 03시 00분


■ 다치지 않고 즐기려면 욕심 버리고 ‘단계적 훈련’을

5km 정도를 달릴 때가 고비다. 여기만 넘기면 숨이 차오르고 가슴이 터질 것 같던 고통이 한순간 사라진다. 마음은 평온해진다. 과학자들은 이때의 상태를 마약을 하는 기분일 거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중간 강도로 30분 이상 운동하면 중추신경계에서 ‘오피오이드펩타이드’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이 물질은 헤로인이나 모르핀과 같은 마약 성분과 흡사하다. 통증을 완화하는 진통 작용을 한다. 그 덕분에 우울한 느낌이나 고통이 사라지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이 현상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한다. 1979년 미국의 심리학자 아널드 J 맨덜이 처음 사용했다. 이 러너스 하이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스포츠가 마라톤이다. 여러 스포츠 종목 가운데 유독 마라톤 마니아가 많은 이유 중 하나다. 러너스 하이의 중독성은 그만큼 강하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도 사고가 없을 때 이야기다. 트레이너가 항상 챙겨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신의 몸을 살펴야 한다.

○ 운동의 기본규칙부터 숙지하라

날이 청명하다고 해서 몸까지 최적의 상태는 아니다. 마라톤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에 해당하는 기본 원칙이다. 사고를 방지하려면 반드시 준비운동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가볍게 제자리에서 달리거나 빨리 걷는 동작도 좋다.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은 필수다. 스트레칭을 할 때는 의도적으로 몸의 긴장을 빼려고 해야 한다. 천천히 호흡하면서 팔 다리 목의 순으로 진행한다. 살짝 땀이 나는 수준까지 준비운동을 한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긴 시간을 달려서는 안 된다. 운동 횟수는 1주일에 3회, 매회 20∼30분 정도를 지키도록 한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운동 시간을 늘린다. 가급적 동일한 시간대에 운동하는 게 좋다. 단,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고 있으므로 새벽은 피하자.

끝내기 스트레칭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운동 도중 올라갔던 체온과 심박수를 다시 내려야 한다. 그래야 피로가 덜 쌓이고 근육통이나 저혈압, 실신 등을 막을 수 있다.

○ 입문자는 단계별로 훈련하라

체력만 믿고 처음부터 마라톤 완주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 무모한 욕심을 버리자. 대략 4단계로 나눠 훈련하는 것이 좋다.

1단계는 5km 도전하기다. 다른 유산소 운동과 마찬가지로 이 단계에서는 매주 3회, 매회 20∼30분 달리도록 하자. 특별히 체력에 문제가 없는 정도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단계다.

1단계를 충분히 끝냈다면 2단계에 도전한다. 이때는 매주 3회 10km를 달리되 30∼40분 이내에 끝내도록 한다. 만약 이 단계가 버겁다면 다시 1단계로 돌아가서 훈련을 더 하는 게 바람직하다.

2단계까지 끝냈다면 3단계인 하프코스에 도전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달리기 훈련만으로는 부족하다. 매주 1, 2회 스피드를 내는 훈련을 해야 하며 2, 3회의 지구력 훈련도 병행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하프코스를 5회 이상 완주했다면 4단계인 풀코스에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도전하기보다는 1, 2년이 지난 시점이 가장 적절하다.

○ 마라톤, 때론 독이 될 수 있다

마라톤은 심폐기능과 근지구력을 키워주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엔진 출력을 높이면 자동차는 강하게 질주한다. 마찬가지로 마라톤을 하면 심장이 혈액을 한 번에 뿜어내는 능력이 커진다. 마라톤을 꾸준히 하면 심장이 튼튼해지고 근육이 강해지며 불필요한 지방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운동은 아니다. 우선 심장병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가슴에 통증이 있다면 마라톤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마라톤을 할 때는 체중의 3배가 넘는 하중이 관절에 전달된다. 따라서 비만이 심한 사람도 피해야 할 운동이다. 마라톤을 하려면 우선 고도 비만부터 어느 정도 줄여야 한다.

이 밖에 뼈엉성증(골다공증), 천식, 당뇨병 환자들에게도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 간혹 혈압이 높은 이들이 마라톤을 하는 사례가 있다. 의사들은 “처방 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강도를 적절히 조절한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도움말=세브란스 재활병원 조성래 교수, 내분비내과 차봉수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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