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의 2013년을 설명하려면 이름 세 개가 필요하다. 박근영, 염경엽 그리고 박병호다. 결과론적으로 박근영 심판이 올해 프로야구 정규 시즌 최종 순위를 확정했다고 할 수 있다. 3위 넥센은 2위 LG에 1경기 뒤져 플레이오프 직행에 실패했다. 박 심판 오심이 나온 6월 15일 경기는 하필 이 두 팀의 맞대결이었다.
당시 넥센은 베테랑 김민우의 음주 운전 파동 등으로 브레이크가 고장 난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오심이 나오면서 넥센은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 경기 전까지 승률 0.604(32승 1무 21패)를 기록했던 넥센은 6월 월간 승률이 0.381(8승 1무 13패)밖에 안 됐고, 7월도 0.471(8승 9패)로 마쳤다. 3연패가 한 번도 없는 게 자랑이라던 말은 수면 밑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나 시즌이 계속될수록 넥센 염경엽 감독의 ‘예방주사 야구’가 저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염 감독은 장기 레이스에 대비해 팀 성적이 좋을 때도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줬다. 8월부터 시즌 종료까지 넥센은 승률 0.600(27승 1무 18패)을 기록하며 롯데와 SK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창단 6년 만에 처음으로 가을 야구 초대장을 따냈다.
이 과정에서 박병호가 대들보 구실을 했다. 박병호는 8월 이후 15홈런, 45타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2년 연속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MVP) 수상도 유력한 상태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오랜 격언처럼 이기면 조금 배우고, 지면 많이 배우는 게 야구다. 염 감독은 시즌 내내 “우리는 강팀으로 가는 과정에 있는 팀”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머잖은 미래에 넥센 팬들은 2013년을 준플레이오프에서 무너진 시즌이 아니라 강팀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은 해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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