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부활 전통시장]<12>우리은행 - 서울 남대문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5일 03시 00분


스마트폰으로 카드 결제 척척… 똑똑해진 한국대표 시장

결제는 이렇게… 은행장의 시범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남대문시장의 남산상회를 찾아 홍삼을 구입한 뒤 우리은행이 보급한 휴대용 카드 결제단말기인 m-POS를 이용해 결제하고 있다. 남산상회의 박칠복 대표(오른쪽)와 점원 노은정 씨는 “m-POS는 스마트폰에 꽂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어 카드 결제를 위해 가게를 오가는 불편이 사라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결제는 이렇게… 은행장의 시범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남대문시장의 남산상회를 찾아 홍삼을 구입한 뒤 우리은행이 보급한 휴대용 카드 결제단말기인 m-POS를 이용해 결제하고 있다. 남산상회의 박칠복 대표(오른쪽)와 점원 노은정 씨는 “m-POS는 스마트폰에 꽂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어 카드 결제를 위해 가게를 오가는 불편이 사라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남대문시장에서 홍삼과 김 등을 판매하는 남산상회. 점원 노은정 씨(41·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가 많다. 한국인 손님뿐만 아니라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수시로 찾아온다. 최근까지 노 씨는 손님이 카드로 결제하겠다고 하면 난감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카드 결제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단 결제 단말기가 가게의 맨 안쪽에 있는 탓에 카드를 한 번 긁으려면 안에 들어갔다 나와야 했다. 전통시장에서는 가게 문 바깥에 여러 상품을 진열해놓는 것이 보통.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는 것은 상인에게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  
노 씨의 걱정은 최근 해결됐다. 우리은행에서 스마트폰에 꽂아서 쓸 수 있는 휴대용 카드결제단말기인 ‘m-POS’ 기기를 지급했기 때문. 손님이 카드 결제를 요청하면 스마트폰에 m-POS를 꽂고 카드를 읽히면 된다. 고객은 스마트폰 화면에 직접 서명한다. 결제 명세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예전부터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손님도 편하게 카드 결제할 수 있고, 저도 자리 지키면서 장사할 수 있으니 좋죠.”

○ 카드 결제·상품권 유통 늘려 시장 활성화

카드 결제는 전통시장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고객들은 이미 현금보다는 카드를 많이 사용한다. 유독 전통시장에서만 카드 이용이 불편하다. 남대문시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전통시장이지만 2000년대 들어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카드 쓰기가 불편한 것이 한 이유였다. 문 바깥에서 손님을 상대하는 전통시장 특성상 무선 결제 단말기가 필요하다. 이 기기의 구입 가격은 보통 30만 원이 넘는다. 한 달에 2만∼4만 원씩 지급해야 하는 통신비 및 관리비도 부담이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11월부터 시장 상인들에게 보급하기 시작한 m-POS는 이런 불편을 해소했다. 월 2200원의 관리비만 내면 쓸 수 있다. m-POS 이용으로 손님이 늘어난다면, 카드 받는 것 자체를 꺼리던 상인들의 이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통시장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 카드도 m-POS로 인식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남대문시장지점에 온누리상품권을 바로 넣을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CD, ATM)를 설치했다. 입금된 상품권 금액만큼 현금이 다음 날 바로 계좌로 들어온다. 지금까지는 은행 창구에 가서 온누리상품권을 입금해야 했다. 은행 영업시간이 한창 장사할 시간이라 불편할 수밖에 없다.

○ 남대문시장 부활 절실…전통과 첨단이 공조해야

우리은행의 남대문시장 지원은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의지와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수시로 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한다. 회장 취임 후 임원들과 첫 회식을 단골집인 남대문시장 내 횟집에서 했을 정도다. 우리카드가 6월 출시한 ‘우리 전통시장 W카드’도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이 회장의 생각이 반영됐다. 이 카드를 평일 오후 2∼7시,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전통시장에서 쓰면 결제금액의 5%를 할인해준다.

김재용 남대문시장 상인회장(64)은 “전통시장 상인들은 아무래도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더디다. 은행 같은 큰 기관이 도와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남대문시장의 부활이 절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장이라는 수식어를 빼면 남대문시장의 위세는 많이 약해졌다. 홍삼과 김치 등 한국 특산물을 사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과거에 비해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많이 찾는다. 주차장을 비롯한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지붕이 없어 비가 오면 불편하기 때문이다.

남대문시장이 내세우는 부흥의 핵심은 ‘전통과 문화는 보존하면서 편리한 쇼핑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5분 거리의 신세계백화점과 상생 방안을 찾는 것도 해법의 일환이다. 남대문시장과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주차장을 공동 이용하고, 백화점 내 남대문시장 코너를 설치해 상품을 파는 등의 협력을 해나갈 계획이다.   
▼ ‘세상에 하나뿐인 안경’ 중년 여성들에 인기 ▼
■ [우리시장 스타]김철수 한독안경 대표

김철수 한독안경 대표가 직접 디자인해 장식을 단 안
경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철수 한독안경 대표가 직접 디자인해 장식을 단 안 경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남대문시장은 오래전부터 많은 안경 도·소매점이 모여 있어 ‘안경 산업의 메카’로 불린다. 남대문시장과 명동지하상가 일대에서 영업 중인 안경원만 500여 개에 달할 정도. 남대문시장 내 도깨비수입상가에 자리 잡은 ‘한독안경’의 김철수 대표(52)도 남대문시장에서 27년 동안 안경점을 운영해왔다. 2002년 현재 점포에서 장사를 시작한 후 김 대표가 추구하는 것은 ‘독창적인 멋’이다.

한독안경에 진열된 안경 중에는 화려한 디자인을 뽐내는 상품이 많다. 검은색 안경테에 촘촘히 박힌 큐빅은 밤하늘의 별자리를 연상시킨다. 이 특별한 안경 장식들은 모두 김 대표가 손수 작업한 제품들. 기존 안경에 액세서리 등을 달아 부가가치를 높인 것이다. 한 제품을 작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정도. 한 디자인으로는 한 개의 안경만 만든다. 손님들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디자인’의 안경을 쓰는 셈이다.

한독안경을 찾는 주요 고객들은 40, 50대 여성들. 원래 제품보다 5만∼10만 원 가격이 비싸지만 한 번 써본 고객들은 상당수가 다시 올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김 대표는 “안경을 패션 소품으로 여기는 중년 여성들의 욕구를 반영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또 하나의 원칙은 바로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다. 아무리 오래전에 구입한 제품이라도 언제든지 수리를 해준다.   
남대문시장은 외국인 하루 1만명 찾는 ‘관광 1번지’ ▼

남대문시장은 600여 년 전부터 상인들이 모여 물건을 팔았던 오랜 역사를 가진 그야말로 ‘전통시장’이다. 요즘처럼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없던 시기에는 온갖 물품이 거래됐다. ‘핵무기와 탱크 빼고는 다 있다’ ‘고양이 뿔 빼고는 뭐든 구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 아동복, 액세서리, 주방용품, 카메라, 안경 등 다양한 상품이 남대문시장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됐다. 국내 아동복 시장의 90% 이상은 여전히 남대문시장을 경유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주방용품이 거래되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소개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하루에 평균 7000∼1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남대문시장을 찾는다. 저렴한 안경과 김 등이 이들 관광객이 주로 구매하는 상품들이다. 남대문시장 상인회 측은 전체 매출의 15%가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라고 밝혔다.

오랜 전통을 기반으로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남대문시장은 ‘2013년도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남대문시장은 2년간 국비 10억 원을 지원 받아 먹거리 군복 안경 등 상품별로 특화된 거리를 조성한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시장 관련 상담 및 문의
△ 동아일보 기획특집팀 02-2020-0636 changkim@donga.com
△ 시장경영진흥원 02-2174-4412 jammuk@sijang.or.kr
#전통시장#남대문#우리은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