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참여국, 원조 공여국, 유엔사무총장 배출국 등 커진 경제·외교 역량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을 견인하는 중견국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 박근혜 정부, “우리 외교 역량 한반도를 벗어나 보자”
박 대통령은 예전부터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 머물러 있던 우리 외교 역량을 전 세계로 넓히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당선 후 정부조직개편에서 외교통상부에서 통상 분야를 떼어놓는 안을 발표했을 때 박 대통령의 한 최측근은 “대통령이 구상하는 외교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기 때문에 외교부만 떼어도 할 일이 넘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관행이었던 4강 특사 파견을 하지 않은 것도 외교적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박 대통령은 9월과 10월 이어진 각종 다자외교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가교 역할을 하는 데 노력했다. G20 정상회의 때는 선진국에는 신중한 통화정책을, 개도국에는 보호무역 철폐를 동시에 요구했다. 예전 같으면 입장을 밝히지 않을 시리아 문제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외교부는 화학무기 사용 규탄 성명을 내기도 했다.
○ 협의 시작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박 대통령은 지난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회의에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다자협의체에서 특정 국가의 외교 정책을 공개 지지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과의 회담에 이어 다자외교에서까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의 개념은 다 전파됐고 지지까지 이끌어냈으니 이제 실제로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14일부터 열리고 있는 대구세계에너지총회와 17일부터 열리는 세계사이버스페이스총회에서 우리나라 제안으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의 핵심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5개국이 모여 에너지와 사이버 안보의 동북아 공조 방안에 대해 협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행사라 자연스럽게 주도할 수 있는 데다 주제가 에너지와 사이버 안보 등 국가 간에 이견이 없는 연성 이슈들이어서 협의를 시작하기에 부담이 적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는 것.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구호에 그쳤을 구상이 일단은 협의를 시작하는 단계까지는 왔다”며 “이견이 적은 이슈부터 대화하며 신뢰를 쌓아가고 성과를 내면 주요 국가들도 동북아 국가끼리 협의해야 할 일이 많구나 하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후변화와 핵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동북아 국가들에 의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 이슈에 목소리 낼 ‘중견국 협의체’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앞으로 중견국협의체(MIKTA) 5개국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MIKTA는 지난달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유엔총회에 참석했을 때 중견국인 터키 호주 멕시코 인도네시아와 5개국으로 출범한 협의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들로 구성했다”며 “앞으로 시리아 문제를 비롯해 각종 국제 이슈에 대해 5개국 명의로 공동성명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MIKTA는 유엔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앞으로 비상임이사국의 수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견국들이 주 대상”이라며 “경제뿐 아니라 국제정세, 안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MIKTA는 해당국끼리 1년에 두 차례 정도 만나는 것을 계획하고 있지만 차차 횟수를 늘리고 참여국도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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