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위치한 A스파게티전문점은 최근 극심한 영업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이 음식점이 올린 매출액은 약 5400만 원. 재료비와 매장 임차료, 세금 등을 제하면 주인인 김모 씨가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150만 원이 채 안 된다.
김 씨는 올 8월 정부가 매출의 30%까지만 음식 재료비를 인정하겠다고 발표해 걱정이 더 커졌다. 매출의 65%를 식재료 구입에 쓰는 김 씨는 지금까지 음식 재료비 세액공제로 연간 약 260만 원의 부가가치세를 공제 받았다. 정부 원안대로라면 공제액이 120만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 ‘음식점 증세방안’ 2개월 만에 대폭 후퇴
정부는 음식 재료비 세액공제 한도와 관련해 원안의 ‘매출액과 상관없이 30% 일괄 적용’에서 ‘매출액 2억 원 미만에는 55%, 2억 원 이상에는 40% 차등 적용’으로 선회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김 씨의 부가가치세 환급액은 정부 원안을 적용할 경우에 받을 수 있는 120만 원에서 220만 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지난해 받은 환급액(260만 원)보다는 적지만 ‘세금 폭탄’ 정도의 충격은 면할 수 있다.
이처럼 세액공제 한도가 바뀌면 매출액에 따라 업체별로 연간 100만∼200만 원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연매출이 2억1000만 원인 중국음식점인 B음식점은 재료비로만 1억2600만 원을 지출한다. 음식재료비가 매출액의 60% 수준으로 지난해 B음식점은 약 930만 원의 세금을 공제받았다. 한 달 매출의 절반이 넘는 돈을 환급받은 것이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30% 세액공제 한도가 적용되면 B음식점은 연매출 2억1000만 원의 30%인 6300만 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어 세액공제율 7.4%를 적용하면 환급액이 지금의 절반 수준인 470만 원으로 줄어든다.
B음식점도 수정안이 확정되면 연매출 2억 원 이상 음식점에 적용되는 세액공제 한도인 40%를 적용받는다. 이 경우 세금 환급액은 620만 원 수준으로 현재보다는 혜택이 줄지만 정부안과 비교하면 150만 원의 세금을 덜 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 정부는 세금수입 줄어 걱정
음식점업계는 대체로 원안이 수정돼 다행이라는 반응이지만 수정안에도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영세한 음식점은 여전히 매출액의 60∼70%를 재료비로 쓰는 일도 많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 씨(51·여)는 “지난달 1000만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재료비로 500만 원을 사용했는데 생각보다 장사가 안 돼 매출이 600만 원밖에 안 됐다”며 “이러면 매출 대비 재료비 비중이 80%가 넘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배려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법 수정으로 세수 기반 확대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8월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음식 재료용 농수산물 구입액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혜택을 줄이면 연간 3600억 원 정도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번에 전국 55만 개 음식점에 대한 증세 방안을 완화함에 따라 연간 세금 수입계획에서 1000억 원 정도 펑크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 전문가들은 농산물 세액공제제도에서 부당공제 등 부작용이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제도를 개편하되 소득 수준별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세무학)는 “협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줄여야 사회적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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