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자금난에 빠진 상황에서도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혐의를 받고 있는 동양그룹 계열사 10여 곳을 15일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동양을 비롯해 동양증권, 동양네트웍스, 동양파이낸셜대부 등 동양그룹 계열사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 80여 명을 보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동양증권 노동조합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으로부터 고소 고발당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등의 경영진 자택 3, 4곳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현 회장과 정 사장 등 경영진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현 회장 등은 부실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을 사(私)금고처럼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그룹의 주력 회사인 ㈜동양은 그룹이 자금난에 빠지자 ‘티와이석세스’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올 7∼9월 1568억 원 규모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했고 이를 동양증권이 판매했다.
ABCP란 자산 유동화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CP로 조달 비용이 적어 급한 돈이 필요한 기업에 유리한 자금 조달 방식이다. ㈜동양이 발행한 ABCP는 그룹의 우량 계열사인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삼았고, 전체 발행 규모 가운데 3분의 2 정도인 약 1000억 원이 법정관리 직전인 9월에 집중 발행됐다.
그러나 동양그룹은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해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가 잇따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동양이 발행한 ABCP는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놓였고, 이를 매수했던 투자자들도 피해를 볼 개연성이 높아졌다.
또 다른 금융 계열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도 지난달 말 사실상 자본 잠식 상태인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에 각각 420억 원, 290억 원을 대출해 주는 등 부실 계열사들에 불법으로 자금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동양증권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여 계열사 간 불법적인 자금 거래가 있었던 정황을 파악하고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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