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1차전부터 연이은 실책…스스로 자멸 올 시즌 패배했지만 선수들에겐 값진 경험 안정된 마운드로 팀방어율 1위 등 희망도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직행한 LG는 2002년 이후 11년 만에 치른 포스트시즌을 4경기로 마감하며 2013시즌을 끝냈다. 많은 전문가들은 준PO를 5차전까지 치른 뒤 PO에 오른 두산보다 LG가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모처럼 큰 무대에 오른 LG 선수들은 부담감 탓인지 페넌트레이스에서 보여줬던 ‘신바람야구’를 재현하지 못하고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좌절했다.
출발부터 썩 좋지 않았다. 16일 1차전 1회초 베테랑 3루수 정성훈의 송구 실책으로 2번째 실점을 했다. 7회초에도 정성훈의 포구 실책으로 결승점을 내주며 중요한 1차전을 놓쳤다. 2차전에선 외국인투수 리즈의 호투로 반격의 1승을 거뒀지만, 3차전서 또 다시 무더기 실책 끝에 4-5로 패해 벼랑 끝에 몰렸다. 3차전 9회초 1사 2루와 2사 2루서 모두 안타가 나왔지만 주자가 연이어 홈에서 아웃돼 동점 또는 역전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그러면서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를 두산에 넘겨줬다.
LG는 4차전서 분위기를 바꿔놓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2회말 1루수 김용의의 실책으로 또 선취점을 내주며 끌려갔다. 7회초 힘겹게 동점을 만들었지만 7회말 곧바로 역전을 허용하며 결국 승부를 5차전으로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4차전을 마친 뒤 LG 선수단은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윤요섭, 봉중근 등 몇몇 선수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4차전 선발 우규민은 한동안 덕아웃을 떠나지 못했다.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리즈였다.
11년 만에 나선 포스트시즌을 힘들게 풀어나갔지만, 이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선수들에게는 값진 보약이 될 수 있다. 페넌트레이스뿐 아니라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를 몸으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4차전에서 류제국을 투입하지 않은 배경도 당장의 성적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결단이었다.
지난 10년간 하위권을 맴돌던 LG는 올해 한층 안정된 마운드 구축에 성공하며 상위권으로 도약해 밝은 미래를 예약했다. 토종 선발 중 2명(류제국·우규민)이 시즌 10승을 달성했고, 삼성 못지않은 막강 불펜을 만들었다. 그 덕에 페넌트레이스에서 팀 방어율 1위를 차지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더위만 시작되면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붙은 이른바 ‘DTD의 저주’도 털어냈다. LG로선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1990년대를 재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