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앞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해역 아∼임미꺼(아닙니까)? 그만큼 물살이 세고 깨끗하지요. 그래서 이맘때 잡히는 붕장어는 육질이 졸깃하고 고소해 맛이 최곱미다(최고입니다).”
18일 부산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 신암마을에서 만난 문용환 씨(56)는 “붕장어는 남·서해안 연근해 일대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잡히는 어종이지만 가을철 기장 붕장어는 질이 다르다”고 자랑했다. 7.9t 명진호 선주인 문 씨는 3대째 붕장어 잡이를 하고 있는 어업인 후계자. 그는 기장은 미역과 다시마, 멸치로도 유명하지만 붕장어도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라고 말했다.
10월부터 12월 초까지 기장 일대에서는 붕장어잡이로 눈코 뜰 새 없다. 특히 연화리, 칠암리, 학리항이 붕장어 어항으로 유명하다. 이 일대 붕장어를 잡는 배가 60여 척이나 될 정도다. 이 중 10여 척은 8t 이상급으로 항구에서 25∼30km 떨어진 연근해에서 작업하는 통발어선이다. 한 번 출항하면 일주일 정도 바다에 머물며 5∼7t의 붕장어를 잡은 뒤 귀항한다. 7, 8명의 선원이 지름 15cm, 길이 80cm의 원통형 통발에 미끼를 넣고 바다 바닥에 6000∼8000개의 통발을 뿌려(투망)놓은 뒤 4∼6시간 뒤 거둬(앙망) 들인다. 이런 작업이 끝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요즘은 4, 5일이면 ‘만선의 꿈’을 이룬다.
나머지 50여 척은 연안에서 작업하는 8t 이하의 소형 낚시어선. 보통 배 1척에 3∼5명의 선원이 1000∼2000개의 낚시를 사용해 하루 평균 200∼400kg의 붕장어를 잡는다. 작업시간은 오전 3시부터 10시까지. 낚시 하나하나에 미끼를 끼우는 손작업이 가장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30년째 낚시 붕장어 잡이를 하고 있는 일광면 학리 토박이 육귀출 씨(49)는 “꽁치 오징어 정어리를 미끼로 50∼60m 바다 밑바닥에 있는 붕장어를 잡는다. 붕장어뿐 아니라 다른 어종들까지 잡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기장 앞바다에서 잡히는 가을철 붕장어는 총 200∼300t이다. 통발로 잡은 붕장어는 따로 손질할 필요가 없어 주로 일본으로 수출한다. 어구사용법이 낚시에 비해 간편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 이점 때문이다. 하지만 낚시로 잡은 붕장어는 그날그날 자율판매로 국내시장에 소화된다. 간혹 낚싯바늘이 붕장어 내장 속에 들어갈 경우 수출용에서 제외되곤 한다.
기장 붕장어는 청정해역에 서식하는 작은 어류나 새우, 갑각류 등을 먹고 자라 맛이 담백한 게 특징. 소매가격은 kg당 1만3000∼2만 원 선. 식도락가는 물론 일반인들이 기장 붕장어를 선호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청정해역에서 자란 자연산이기 때문.
기장 붕장어의 대표 요리는 회다. 일반 고기처럼 껍질을 벗긴 채 손가락 크기로 내놓은 회는 이제 옛날 요리가 됐다. 요즘은 무채처럼 잘게 썰어 물기를 없앤 뒤 내놓는 ‘털털이 회’가 주종을 이룬다. 기장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털털이 회는 깻잎이나 상추에 마늘과 고추를 얹어 싸먹는 맛이 일품이다. 기장 일대 횟집에서는 다른 지역의 음식점처럼 붕장어 매운탕과 조림 붕장어, 붕장어 탕수육, 붕장어 초밥, 붕장어 잡채, 뼈튀김 등도 선보이고 있다. 기장군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기장 붕장어를 알리기 위해 26, 27일 연화리에서 제9회 기장 붕장어 축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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