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기간 국가정보원 대북심리전단 직원들이 트위터에 올리거나 재전송했다고 검찰이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서에서 밝힌 글 5만5689건이 정국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은 기존의 국정원 댓글 사건과 질적, 양적으로 수준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대북심리전단 내 여직원 김모 씨 등 중소커뮤니티 담당팀이 웹사이트에 게시한 댓글은 1970건, 찬반 클릭은 1711건이다. 이 가운데 정치나 선거에 직접 개입했다고 검찰이 제시한 것은 73건에 불과하다. 조직적 개입이 아니라 개인의 일탈행위로 볼 수도 있고 이 때문에 공소유지 자체가 쉽지 않으리라는 의견도 있었다. 댓글 사건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도 컸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한 번에 많은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는 트위터로 국정원이 글 5만여 건을 올리거나 퍼 날랐다면 논란의 폭이 질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은 상당수 글이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비하, 조롱하거나 옹호하는 등 작성 의도가 명확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정원이 조직적인 방식으로 광범위하게 정치와 대선에 개입했다는 흔적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종국에는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문제까지 도마에 오를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윤석열 전 팀장(여주지청장)의 업무 배제에 이은 ‘수사 외압’ 주장은 권력에 의한 사건 축소 시도라는 논란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검찰 내부의 갈등과, 검찰-국정원이라는 권력기관 간의 깊어진 갈등까지 겹치면서 수사 자체가 정치적 논란의 파고에 휩싸여 있다는 점도 사안의 불가측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원내외 병행투쟁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원내에 복귀했던 민주당이 대여 투쟁의 고삐를 조이면서 정기국회의 순탄한 운영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는 “혹여 ‘대선 불복’ 쪽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당분간은 추이를 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직 대표인 정세균 의원은 2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난 대선은 국정원이 개입된 명백한 부정선거”라며 “국정감사가 끝나는 즉시 부정선거 규탄 등을 위한 고강도 전면투쟁에 돌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경파를 중심으로 장외투쟁론이 다시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선뜻 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예산안 처리를 포기하는 부담이 작지 않으며, 이번에 또 장외로 나가면 무언가 구체적인 성과를 얻지 않고는 국회로 복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대해 “대선 불복 심리”라고 비판하면서, 윤 지청장에 대해서는 “제2의 검란(檢亂)” “항명” 등 격한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공격했다. 그러나 내심 이번 사건의 불길이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번지지 않을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중진 의원은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에 맞지 않는 글을 띄우거나 재전송한 것은 상당히 심각하다.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새누리당이 오히려 공격적으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촉구함으로써 사건의 파장을 제어하는 전략으로 나올 수도 있다.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특검론이 확산되고 여권도 그 수용을 검토하게 되는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윤 지청장의 업무 복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일절 내지 않았다. 청와대로 쏠리는 시선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정원의 대선·정치 개입 논란이 확산될수록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여론의 입장 표명 요구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데 청와대의 고민이 있다. 박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박 대통령의 ‘포괄적 유감 표명’ 같은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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