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침묵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23일 “지난해 대선이 불공정했다”며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문 의원은 “선거를 다시 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대선 불복론’과는 거리를 뒀지만 여야의 대선 불복 논란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 의원은 이날 ‘박 대통령의 결단을 엄중히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e메일 성명서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고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고 포문을 열었다. 문 의원은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이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강조했다. 그는 “선거의 공정성, 권력기관과 군의 정치중립성, 심지어 수사기관의 독립성까지 훼손되면서 온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이 민주당의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수사 요구를 대선 불복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정원 대선 개입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국민과 야당의 목소리까지 대선 불복이라며 윽박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 의원은 “(대통령은)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 하지 말고 드러난 사실에 대해 엄정하게 문책하고 검찰에 대한 수사 외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고) 시간만 끈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박근혜 정부가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문 의원이) 작은 사안을 침소봉대하며 대선 불복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선거실패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본인 부덕의 소치로 생각하며 자숙할 때”라고 맞받았다.
문 의원의 이날 성명은 대선 패배 이후 가장 수위가 높다. 그는 6월 민주당 출입기자들과의 산행 간담회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다”고 말했다. 7월 민주당 부산시당위원회에서도 “국정원 선거 개입과 대화록 유출로 대선이 불공정하게 치러졌고 그 혜택을 박근혜 대통령이 받았다”라고 말했지만 ‘박근혜 책임론’까지는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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