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도 팍팍하고, 다신 일할 수 없을까 봐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일할 수 있는 자리는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고요.”
5년 전 아이를 낳으면서 방송작가 일을 그만둔 고모 씨(32·여)는 올해 초부터 다시 일을 하려고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샅샅이 뒤지며 일거리를 찾고 있다. 오르는 전세금과 아이 교육비 등을 고려해 짧게 일하면서 한 달에 100만∼150만 원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 있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만 일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경력을 살릴 수 있거나, 원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자리는 모두 전일(全日)근무에 야근도 감수해야 했다.
고 씨처럼 일터에 돌아가고 싶어도 육아와 병행하기 어려워 포기하는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들, 50대에 퇴직한 뒤 향후 10년 정도 더 일할 수 있는 은퇴자들이 그들의 실정에 맞는 일자리를 절실히 찾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이들 중 상당수가 다시 일터로 나서지 않는다면 올해 2만6052달러(약 2762만 원)로 추산되는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3만 달러, 4만 달러로 높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기회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인 ‘임기 내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내년에 공공부문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대거 창출할 계획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하루 4∼6시간 일하면서 4대 보험, 정년 등의 혜택은 전일제 정규직과 차이가 없는 자리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일자리 창출의 벽에 부닥친 지금 상황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한국의 경직된 고용문화를 바꿀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에 전체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인원 중 3%인 1000여 명을 시간선택제로 뽑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이번 주 안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내년에 시간선택제로 뽑을 공무원, 교사들의 채용 규모를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CJ그룹 신세계그룹 IBK기업은행 SK텔레콤 등 민간 대기업들이 잇따라 관련 일자리를 만들며 호응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고용률 증가 목표인 32만 명의 절반 수준인 15만 개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드는 게 정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이런 정부와 민간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다음 달 9, 10일 이틀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3 리스타트 잡 페어 다시 일터로―좋은 일자리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100여 개 대기업과 공기업,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참가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 다양한 일자리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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