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의 선수생활을 정리하는 이영표(36·밴쿠버 화이트캡스)를 향한 밴쿠버 팬들의 마음은 한없이 뜨거웠다.
이영표는 28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라피즈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끝냈다.
이날을 위해 밴쿠버 측은 이영표의 얼굴이 인쇄된 '이영표 은퇴경기 티켓'을 특별 제작하는가 하면, 전광판에 이영표의 얼굴과 함께 '이영표 선수 감사합니다'라는 한글 문구를 띄우며 그의 은퇴를 성대하게 축복했다. 화이트캡스 홈페이지에는 이영표의 특별 인터뷰가 게재됐고, 이영표를 위한 헌정 영상도 제작됐다. 이영표의 현역 생활 마지막 경기임을 공지하는 SNS 활동에는 상대팀 콜로라도 측도 함께 했다.
이영표 은퇴경기를 맞이한 팬들의 준비도 대단했다. 밴쿠버의 마틴 레니 감독은 이날 선발출장시킨 이영표를 후반 45분이 지난 추가시간에 교체했다. 관객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레니 감독의 배려였다. 이영표의 교체소식이 경기장에 울려퍼지자,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밴쿠버 팬들은 태극 한가운데 이영표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태극기를 흔들었고, '이영표 선수 밴쿠버에서 뛰어주셔서 감사합니다'-'Y.P.Lee No.12' 등 이영표를 응원하는 현수막들이 물결쳤다.
이날 이영표의 은퇴 세리머니에 대해 레니 감독은 "이영표는 환상적인 선수다. 지난 2년간 우리 팀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라면서 "어떤 말로 그 순간의 감동을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감탄했다.
이날 팀 동료들의 축복도 눈부셨다. 이영표의 팀 동료 카밀로 산베조(25)는 전반 43분 페널티킥 기회를 얻자 자신이 차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전날 밴쿠버 선수들은 '페널티킥 기회가 나면 이영표에게 차게 하자'라고 합의했던 상황이었지만, 이영표는 카밀로의 시즌 20번째 골을 위해 기꺼이 양보했다.
하지만 이영표가 예상하지 못했던 동료의 준비가 있었다. 카밀로는 침착하게 골을 터뜨린 뒤, 그 공을 든 채 이영표에게 달려와 무릎을 꿇고 헌정한 것. 이영표는 교체될 때도 팀 동료들을 비롯해 심판, 그리고 레니 감독과 깊은 감사가 담긴 포옹을 나눴다.
이영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은퇴했지만, 너무 행복하다. 오늘은 내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바로 그런 순간"이라면서 "모두가 내 마지막 경기를 배려해줬다. 훌륭한 팀과 좋은 동료들 곁에서 은퇴할 수 있게 돼 고맙다. 팬들에게도 감사한다. 밴쿠버에서 머물렀던 지난 2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라고 감격을 드러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이영표 은퇴경기 사진출처=유튜브 MLS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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