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국민의식조사’에선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던 우리 국민의 인식 전환이 두드러졌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미래 안보 불안 요소가 중국에서 일본으로 바뀌는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통일 이후 한국 안보에 가장 위협이 될 국가’로 중국을 지목한 이는 47.3%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긴 했지만 지난해(61.1%)에 비해 13.8%포인트 급감했다. 3년 연속 감소 추세다. 같은 기간 일본이 위협 국가로 지목된 비율은 26.4%에서 38.4%로 12.0%포인트 증가했다. 2012년에는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시 중국의 개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5.9%가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지만, 올해에는 56.4%로 19.5%포인트 감소했다.
중국 일본 북한 등 동북아 인접 3국 중 중국에 대한 호감도만 유일하게 상승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10점 만점에 4.24)는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6.41)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 호감도는 2011년 3.93, 2012년 3.94, 2013년 4.24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협력 대상자로 중요한 국가를 묻는 질문에서도 중국(6.62)은 미국(8.00)의 뒤를 바짝 쫓았다. 이는 일본(호감도 2.41, 협력 중요성 4.46)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런 결과는 최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교류가 증가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한중 관계가 순항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산정책연구원 김지윤 연구위원은 “중국 호감도는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기점으로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독도 영유권, 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로 최악의 관계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를 반영하듯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2.41)와 협력 대상자로의 중요성(4.46)은 북한(호감도 2.74, 협력 중요성 4.50)보다 낮았다. 일본 호감도는 2011년 3.36, 2012년 2.71, 2013년 2.41 등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는 동북아 지역의 균형을 위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한일 군사동맹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의 군사동맹 필요성에 대해선 ‘필요하지 않다’는 부정적 의견(55.1%)이 ‘필요하다’는 긍정적 의견(44.9%)보다 앞섰다. 2011년에는 긍정적 의견(54.3%)이 부정적 의견(45.7%)을 앞섰다. 일본의 우경화가 심화되고 집단적 자위권 논란이 일면서 반일 정서가 확산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가까운 시일 내 일본과의 군사정보협정 체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비공개로 협정 체결을 추진하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협정 체결을 연기한 바 있다.
물론 향후 북한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대응 여부에 따라 2010∼2012년 조사 때처럼 중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뀔 여지는 있다.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에 대한 식량 및 에너지 지원을 이어가면서 북한 정권의 존립에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선 1순위로 북한(72.1%)이 거론됐지만 2순위는 중국(49.2%)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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