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뱅뱅이-생선국수 살살 녹는 맛, 꿈엔들 잊힐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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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선정 ‘음식테마 거리’ 옥천군 청산면을 가다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서는 이 지역 민물고기로 만든 별미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29일 청산면 식당 ‘선광집’에서 식사 전에 찍은 도리뱅뱅이, 생선국수, 생선튀김. 옥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서는 이 지역 민물고기로 만든 별미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29일 청산면 식당 ‘선광집’에서 식사 전에 찍은 도리뱅뱅이, 생선국수, 생선튀김. 옥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어쩜 이렇게 예쁘게 키 맞춰 누워 있을까?”

옆 테이블에 앉은 40대 여성이 음식을 앞에 두고 감탄사를 터뜨렸다. ‘붉은 옷’을 입은 작고 날씬한 생선들이 해바라기 꽃잎 모양으로 프라이팬에 빙 둘러 놓여 있었다. ‘도리뱅뱅이’였다.

충북 옥천군 청산면사무소 바로 앞은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 음식거리’로 불린다. 이 거리의 식당에서 파는 음식 차림표는 도리뱅뱅이, 생선튀김, 생선국수 등 3가지가 전부다. 29일 이 식당 중 한 곳을 찾아 음식을 맛봤다. 이름부터 재밌는 도리뱅뱅이의 첫 느낌은 옆 테이블 손님의 탄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아일보 ‘레츠’는 한국관광공사가 ‘음식테마 거리’라는 주제에 맞춰 선정한 추천 여행지 중 한 곳인 옥천군 청산면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금강을 품은 옥천에는 다양한 물고기가 많고 이 물고기를 이용한 향토 음식으로 유명하다. 특히 보청천이 휘감고 흐르는 청산면은 특색 있는 음식으로 입이 즐겁고 하천과 산이 절경을 이뤄 눈도 즐거운 곳이다.

민물고기로 만들어낸 별미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의 ‘부소담악’에서 바라본 소옥천 풍경(왼쪽)과 옥천읍 하계리의 ‘정지용 문학관’에 놓인 정지용 시인 모습 인형(오른쪽). 한국관광공사 제공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의 ‘부소담악’에서 바라본 소옥천 풍경(왼쪽)과 옥천읍 하계리의 ‘정지용 문학관’에 놓인 정지용 시인 모습 인형(오른쪽). 한국관광공사 제공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의 재료는 보청천과 금강, 대청호에서 잡은 자연산 민물고기다. 붕어 잉어 누치 끄리 등 덩치가 있는 녀석들은 생선국수에 필요한 국물을 내는 데 사용하고, 피라미나 빙어는 도리뱅뱅이를 만들며, 누치와 참마자는 튀겨 먹는다. 예전에 이곳 사람들이 보청천에서 물고기를 잡아 솥에 어죽을 끓여 먹었는데, 쌀 대신 소면을 넣어보니 그 맛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이후 청산면 사람들은 생선국수를 즐겨 먹게 됐다고 한다.

생선국수 국물은 물고기를 두어 시간 정도 센 불에 끓인 뒤 중간 불로 4, 5시간 푹 삶아 만든다. 이때 뚜껑을 열고 끓여야 생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잘 우린 국물에 고추장 양념을 풀고, 대파와 애호박을 넣은 뒤 소면을 넣어 끓이면 맛깔스러운 생선국수가 탄생한다.

피라미를 사용하는 도리뱅뱅이 요리는 프라이팬에 키를 맞춘 물고기를 예쁘게 담는 것으로 시작한다. 물고기를 동그랗게 담는다고 해서 도리뱅뱅이란 이름이 붙었다. 기름에 한 번 튀겨낸 피라미에 고추장 양념을 발라 한 번 더 튀겨 만든다. 피라미가 없는 계절엔 빙어를 쓰기도 한다.

생선국수의 걸쭉한 생선국물을 한 입 떠먹었더니 칼칼한 맛이 그만이다. 생선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는다. 국수를 한 젓가락 먹을 때마다 도리뱅뱅이를 반찬같이 하나씩 집어 먹는다. 깻잎이나 마늘, 고추와 함께 먹으니 고소함과 매콤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 먹기 편하고, 고추장 양념이 잘 스며들어 쫀득쫀득한 식감이 느껴지며 먹는 재미를 더한다. 고추장 양념이 조금 질릴 때는 생선튀김을 간장 양념에 찍어 먹으니 그 또한 별미다.

생선국수 국물의 얼큰함에 반해 바닥까지 비우니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좋았다. 생선국수(소) 5000원, 도리뱅뱅이(중) 1만 원, 생선튀김(중) 1만 원이었다. 다만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식단을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후 거리 바로 옆으로 뻗어 있는 지방도 505호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겼다. 햇빛에 반짝이는 보청천 뒤로 단풍 옷을 입은 산이 유리창을 넘어 들어와 눈앞으로 쏟아질 듯 펼쳐졌다.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려 물가에 걸터앉았다. 단풍 산이 보듬어주고 맑은 물이 씻어주니 몸과 마음이 모두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청산면은 동요 작곡가 정순철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는 방정환 선생과 함께 색동회를 창립했고 ‘졸업식 노래’ ‘짝짜꿍’ 등 유명한 동요와 노래를 지었다. 동네 곳곳에서 정 선생을 그린 간판과 벽화를 볼 수 있다. 정 선생은 6·25전쟁 때 납북된 이후 소식이 끊겼다.

금강이 만든 절경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옥천에는 금강과 주변 산세가 만든 아름다운 풍경이 많다. 군북면 추소리의 부소담악(芙沼潭岳)이 펼쳐놓은 절경도 빼놓을 수 없다. 길게 펼쳐진 산자락을 물이 휘감은 모습이 마치 물 위에 뜬 산과 같은 모양새다. 서낭당가든 입구나 둥그나무집가든 건너편 길을 이용하면 부소담악 위에 세워진 추소정까지 갈 수 있다.

안남면의 둔주봉은 한반도 모양 지형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면사무소에서 시멘트 길을 따라 올라가다 등산로를 따라 가면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본 풍경은 한반도 지형의 동서가 바뀐 모습이다. 굽이친 금강이 산세와 어울려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둔주봉 주변의 안남면과 안내면에는 중봉 조헌 선생의 유적이 많다. 그는 임금에게 직언 상소를 거듭 올리다 함경도 길주로 유배됐다 결국 옥천으로 낙향해 제자를 가르치며 은거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 700여 명을 모아 왜군과 싸우다 충남 금산전투에서 전사했다. 안내면에는 조헌 선생이 의병을 일으킨 후율당이, 안남면 도농리에는 선생의 묘소와 신도비, 그리고 사당인 표충사가 있다.

▼ 금강일대 감상하고 정지용 문학관서 추억 만들기 ▼

옥천군은 시인 정지용이 태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옥천읍 하계리에는 ‘정지용 생가’와 ‘정지용 문학관’이 있어 그의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찾아가 보길 권한다. 그의 시와 함께 옥천의 추억을 두고두고 담아둘 수 있을 것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정지용의 ‘향수’ 중)

옥천 당일 코스

정지용 생가, 정지용 문학관→장계관광지→중봉 선생 유적(조헌 선생 묘소, 중봉 조헌 신도비, 표충사, 옥천 영모재)

옥천 1박 2일 코스

―첫째 날: 중봉 선생 유적(조헌 선생 묘소, 중봉 조헌 신도비, 표충사, 옥천 영모재)→둔주봉

―둘째 날: 용암사→정지용 생가, 정지용 문학관→옥천 이지당→부소담악

청산면 가는 길(자가 운전)

당진영덕고속도로 보은 나들목→보은 나들목에서 국도 19호선 우측→서원리삼거리에서 영동 방면 좌회전→지전삼거리에서 청산면 소재지 방면 좌측→청산면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 음식거리

옥천=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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