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가난하다고 스마트 교육 못하나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교사의 노력과 열정의 문제입니다.”
에디슨 컴퓨텍 중학교 제러미 워드 교장의 말이다. 이 학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동남쪽의 도시 프레즈노에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도시로 꼽힌 곳. 농업도시로 빈민율이 25.8%를 넘는다.
에디슨 컴퓨텍은 노트북과 태블릿PC로 스마트 교육에 나서 가난을 극복하고 있다. 2008년부터 BYOD(Bring Your Own Device·개인 전자기기 가져오기)를 시작해 교내 분위기를 학구적으로 바꾸고 성적을 올린 스마트 교육 모범학교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가장 뛰어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학교에 주는 상을 지금까지 6차례 받았다. 인텔에서 주는 뛰어난 과학 프로그램상도 2차례 연속 수상했다. 비결이 뭘까.
○ 스마트한 맞춤형 수업 실시
기자가 16일 오후 이 학교를 찾았을 때, 7학년은 영어와 역사 수업을 하던 중이었다. 학생 20여 명이 수잰 피셔 스테이플스의 소설 ‘바람의 딸 샤바누’를 읽고 토론을 준비했다. 조별로 책걸상을 붙이고 모여 앉아 각자의 전자기기로 게시판에 접속해 토론 주제를 읽고 질문과 의견을 댓글로 올렸다.
토론이 시작되지 않아도 다른 학생이 올린 질문에 자유롭게 의견을 올릴 수 있다. 교사는 게시판에 모인 학생의 질문을 유형에 따라 실시간으로 정리한 뒤 토론을 시작한다. 신시아 캐리잘레스 양(12)은 “컴퓨터와 온라인을 이용하니 토론이 좀더 자유롭고 시간제한 없이 모두가 발언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 학교 홍보담당자인 수전 베디 씨는 “매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실시하는 테스트에서 글쓰기 부문 최상급을 받은 학생 수가 2008년부터 평균 132명씩 증가했다. 스마트 교육이 글쓰기에서 두드러진 효과를 보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수학 시간에는 학생이 자기 수준에 맞는 시험을 볼 수 있다. 온라인에 접속해 교사가 미리 올려놓은 시험지 중 원하는 난이도를 골라 내려받는다. 도형의 각도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제를 푼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수업을 진행한다.
에드거 카마초 군(12)은 “모두가 칠판만 보고 수업하면 선생님이 우리의 수준을 파악할 수 없다. 컴퓨터를 이용해 개별교육을 받을 수 있으니 더 효과적인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베스 스탬바흐 교사는 “스마트 교육으로 한정된 시간에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니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 교사 열의와 무료 SW의 결합
7, 8학년 학생 800여 명은 인종도, 문화적 배경도 다양하다. 히스패닉 51%, 흑인 22%, 아시아인 16%, 백인 9%. 형편이 어려운 70%의 학생들이 무료 점심을 제공받는다. 집이 없는 학생도 있다.
이 학교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받은 지원금과 학교 기금으로 40만 달러(약 4억2400만 원)를 마련해 이 중 20만 달러를 스마트러닝 인프라 구축에 사용했다. 전자기기가 없는 가난한 학생에게는 ‘미니노트’라는 작은 노트북을 학교에서 빌려줬다.
인프라를 100% 활용하는 일은 교사의 몫이었다. 커트 매든 학교기술담당자는 “매 학기 시작 전 2주 동안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를 위해 스마트교육 세미나를 열었다. 모든 교사가 적극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기업이 제공하는 무료 소프트웨어부터 쓴 것은 또 다른 비결이다. 재정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기업이 제공하는 교육용 무료 소프트웨어부터 활용했다.
제러미 워드 교장은 “한국은 정보기술이 발달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스마트교육이 되지는 않으니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는 등 교사와 학생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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