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남-울릉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모두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4월 재·보선 승리에 이은 2연승이다. 집권 여당이 재·보선에서 연승한 것은 김영삼 정부 초인 1993년 민주자유당이 두 번 연속 승리한 이후 20년 만이다. 결국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은 이번 재·보선의 표심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셈이다.
30일 치러진 화성갑 보궐선거(투표율 32.0%)에서는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62.6%를 득표해 민주당 오일용 후보(29.1% 득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이었다. 서 후보는 당선 소감문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버팀목이 되고 울타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서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서 여당의 권력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리더십이 강한 데다 박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두터워 향후 당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항남-울릉 재선거(투표율 34.9%)에서도 새누리당 박명재 후보가 78.5%를 얻어 민주당 허대만 후보(18.5% 득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10월 재·보선 승리로 새누리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흔들렸던 국정 운영 주도권을 다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연장전에 가까운 정국 교착 상태에서 집권 여당이 책임 있게 국정을 이끌어 달라는 주문이 담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대치 정국을 풀고 정기국회 법안 및 예산심의 등 정국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대화에 나서라는 정치권 안팎의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집권 초기에 치러진 데다 두 곳 모두 여당 우세 지역이어서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인문교양학부)는 “지역적 특성이 강했던 이번 재·보선을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미니 총선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7월 재·보선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선거 연패의 늪에 빠진 민주당의 위기감은 더 커졌다. 국정원 사건에 대해 총공세를 폈지만 수도권인 화성갑에서 더블스코어 이상의 차로 패했다. 민주당은 2012년 총선을 포함해 최근 네 번의 선거에서 모두 졌다. 한 정치학 교수는 “민주당이 지지율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선거에서 계속 패한다면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며 “대안정당으로서의 위상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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