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역사에 남을 명승부가 만들어질 것인가. 결국 승부는 최종 7차전에 가서야 가려지게 됐다.
삼성이 10월의 마지막 밤인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4선승제) 6차전에서 홈런포 2방을 가동하며 두산에 6-2 역전승을 거두고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4차전까지 1승3패로 뒤졌던 삼성은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3패로 균형을 맞춰 최종 7차전에서 챔피언을 가리게 됐다. 역대 KS에서 7차전 이상까지 진행된 것은 이번이 8번째다.
삼성 타선의 집중력이 놀라웠다. 1회초 두산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솔로포를 얻어맞았지만, 3회말 1사 3루서 배영섭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다. 5회초에는 다시 최준석에게 좌중월솔로포를 허용하며 1-2로 끌려갔다. 최준석은 KS 3홈런을 포함해 올해 포스트시즌(PS)에서 6홈런을 때려내며 단일 PS 최다 홈런 타이기록(2001년 두산 타이론 우즈)을 세웠다.
여기서 영웅이 나타났다. 6회말 무사 1루서 채태인이 호투하던 두산 선발 니퍼트를 상대로 극적인 좌중월2점홈런을 날리며 전세를 뒤집었다. 채태인은 5차전 홈런에 이어 6차전에서 결승 2점포를 가동하며 데일리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돼 상금 100만원과 함께 100만원 상당의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숙박권을 받았다. 리드를 잡은 삼성은 7회말 2사 1·2루서 박한이의 우월3점홈런으로 확실히 승기를 틀어쥐었다.
삼성 마운드는 필사적이었다. 내일이 없었다. 선발 밴덴헐크가 뜻하지 않은 팔 근육통으로 1이닝만에 물러나자 마운드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6-2로 앞선 9회초 2사 1·2루로 몰리자 아껴뒀던 마무리 오승환까지 투입하며 급한 불을 껐다. 이날 PS 팀 1경기 최다투수 등판 타이기록인 9명의 투수를 쏟아 붓는 물량공세를 펼쳐 두산 방망이를 막아냈다. 오승환은 3개의 공으로 이번 KS 3세이브째(1패)를 따냈다. 2011년 자신이 세운 역대 단일 KS 최다 세이브 기록과 타이이다. 심창민은 1.1이닝 무실점으로 생애 첫 KS 승리투수가 됐다.
7차전은 1일 오후 6시 대구구장에서 두산 유희관-삼성 장원삼의 좌완 선발 맞대결로 펼쳐진다. 둘은 3차전에서도 선발 맞대결을 벌였다. 당시 장원삼은 6.1이닝 2실점으로 팀의 3-2 승리를 이끌며 삼성에 첫 승을 안겼다. 유희관은 벤치의 실수로 3.2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바 있다.
과연 7차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주인공은 어디일까. 장원삼과 유희관의 예술구가 통할까. 이제는 그야말로 내일이 없는 마지막이다. 마운드도 백병전을 예고하지만, 5차전과 6차전에서 홈런 공방을 펼쳤다는 점에서 양 팀의 거포 전쟁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