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개최한 ‘2013 동아부동산정책포럼’에서는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려면 국회가 부동산 관련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민관이 한목소리를 냈다.
민간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주택수요 증가세가 둔화하는 주택시장 환경변화에 맞춰 규제 완화가 대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임대수요가 증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도심의 유휴지를 적극 활용하고, 임대사업자와 세입자에게 세금을 감면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 조세원칙에 맞게 징벌적 세제 개편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주택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되면 민생과 금융시스템, 나아가 거시경제 전반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국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등 핵심 규제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투기 방지가 국민적 요구이던 시절 적절한 규제였지만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현재는 맞지 않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주택시장 침체의 근본 원인은 수급불균형에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국회가 부동산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김경환 국토연구원장도 개인 의견을 전제로 한 주제발표에서 “지금까지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는 소득에 따라 과세하기보다 투기자처럼 특정한 행위를 한 사람에게 중(重)과세를 하는 식으로 운영돼 왔다”고 설명한 뒤 “이제는 조세원칙에 부합하도록 소득에 따라 과세를 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는 것뿐 아니라 부유세 성격의 종합부동산세도 지방세로 통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보다 주택수요가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소득 증가에 따라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는 등 주택시장의 성장여력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외국인 인구 유입과 구매력 향상으로 새로운 공간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응방안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민간임대시장 활성화 주문
주택이 과거 투자상품에서 삶을 영위하는 거주지 개념으로 바뀜에 따라 ‘짓고, 임대하고, 중개하고, 관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부동산개발보다 임대 등 주택관리가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부동산 산업을 육성해 고용창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대 등 부동산업이 연간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수준으로 일본(13%), 미국(12%)보다 낮다는 것이다.
정춘보 신영그룹 회장은 “주택구입비와 임대료를 낮추려면 집을 짓는 데 들어가는 부대비용을 줄여줘야 한다”며 “20여 년간 현장에서 직접 사업해 본 경험에 비추어보면 예측 가능한 기부 범위를 정하고, 인허가 기간도 관청의 자의적 사정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지체되지 않도록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주택수요 감소와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 개인에게만 신규 주택을 분양하는 현재 청약제도를 임대관리회사 등 법인도 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대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금융경제연구실장은 “앞으로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임대의 비중이 커질 경우 집주인과 임차인 간에 다양한 형태의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나의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키우고 세입자들에게 양질의 주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산업적인 측면에서 관련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주요 참석자 명단(가나다순)
△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금융경제연구실장 △김경환 국토연구원 원장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부사장 △김재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문병호 민주당 의원 △민기 제주대 교수(행정학) △박병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기획정책과장 △박선호 국토교통부 국토정책관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서울지사장 △배동기 삼성물산 부사장 △부창렬 미래C&R 회장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오규석 대림산업 사장 △원제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 △윤주선 한호건설 사장 △이상영 명지대 교수(부동산학) △이원식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임병용 GS건설 사장 △임용빈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대표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정춘보 신영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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