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페이스북을 점령한 ‘위대한 기린’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뉴질랜드인 블로거 앤드루 스트러그넬 씨의 수수께끼출제 영상.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기린으로 바꿔야 한다.

수수께끼를 하나 내겠습니다.

지금은 새벽 3시입니다. 밖에서 울리는 초인종이 당신을 깨웁니다. 이런,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오셨군요. 부모님은 아침식사를 청하고 계십니다. 지금 준비된 건 딸기잼과 꿀, 와인, 빵과 치즈입니다. 이제 잘 생각해보세요. 당신은 가장 먼저 무엇을 열어야 할까요(정답은 기사 맨 뒤에 있습니다).

이 게임의 이름은 ‘위대한 기린의 도전’. 만약 정답을 맞히지 못하셨다면 벌칙이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프로필 사진을 앞으로 3일 동안 기린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게 이 게임의 유일한 규칙입니다. 특정 사진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고 어떤 모습의 기린이든 괜찮습니다. 단, 꼭 기린이어야 합니다. 이 벌칙은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겁니다. 자동으로 프로필 사진이 바뀐다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왜 꼭 기린이어야 하느냐고요?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정답을 맞히셔도 상품은 없습니다. 그냥 기존 프로필 사진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것뿐이죠. 친구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인 페이스북 사용자라면 최근 들어 적지 않은 친구의 프로필 사진이 기린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참고로 기자는 정답을 맞히지 못해 3일간 기린이 된 신세입니다. 인터넷에서 아주 귀여운 아기 기린의 사진을 찾아 올렸죠.

이 ‘기린 놀이’는 누가, 어떤 목적을 갖고 시작했는지도 처음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10월 26일 페이스북에 개설된 이 게임 페이지(www.facebook.com/TheGiraffeRiddle) 팔로어는 5일 만에 1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전 세계 이용자가 12억 명인 페이스북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실제 이 게임에 참여한 이용자는 수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해외 언론은 ‘왜 페이스북이 기린으로 가득 찼는가’(CNN) ‘기린, 페이스북을 점령하다’(UPI통신)라며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기업체의 신종 마케팅 수단이나 환경단체의 캠페인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고요.

숱한 음모론과 관심이 쏟아지던 중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영국 미러지(紙)는 이 게임을 만든 사람이 뉴질랜드 출신의 블로거인 앤드루 스트러그넬 씨라고 31일 보도했습니다. 현재 태국에 살고 있는 스트러그넬 씨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수수께끼를 낼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허무하신가요? 막상 진실이 밝혀지자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어쩐지 김이 빠진 모습입니다. 지난 며칠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기린 놀이’도 금세 시들해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토요일을 즐겁게 기다려 볼 생각입니다. 초식동물인 기린처럼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SNS 화젯거리는 제법 오랜만이니까요.

〔눈꺼풀(eyes)〕

이진석 산업부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