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 정보 수집 행각을 폭로하면서 브라질과 독일 등 중견 국가들이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회사를 거치지 않는 독자적인 국가 및 지역 단위 온라인 통신망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청 파문으로 대립각을 세워오던 미국과 독일은 서로를 감시하지 않겠다는 양자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함께 스노든의 폭로를 특종 보도한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3일 이같이 전하며 NSA 도청 파문이 세계를 하나의 사이버 공간으로 연결하는 인터넷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로 올해 6월 NSA 정보 수집 파문이 번지자 브라질은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전자통신망을 구축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인터넷을 통해 구글과 야후 등 미국 기업들이 운영하는 포털 서비스를 사용하면 NSA 등 정보기관에 비밀스러운 정보를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꼴이 된다는 일종의 ‘정보 민족주의’ 발상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이후 세계 정보 유통의 허브로 자리를 잡아 온 인터넷에 국가와 지역 단위의 장벽과 균열이 생기면 각국의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의 이언 브라운 씨는 “브라질이 가려는 경로는 비용이 많이 들고 혁신의 속도를 줄일 것”이라면서도 “개인 정보와 기업 비밀, 국가 정보가 누출된다는 불신이 팽배하다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수석연구원인 대니얼 카스트로 씨는 다국적 기업들이 당장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을 방문 중인 독일 대표단은 지난주 백악관 관계자들과 만나 스파이 금지 협약안 조율에 성공했으며 정식 협약은 내년 초에 체결할 예정이라고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이 2일 보도했다. 미국과 독일 간의 양자 협정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유럽 국가들에선 독일이 혼자만 ‘살길’을 찾는 것은 잘못된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로 망명한 스노든은 미국 정부에 자신을 반역자로 취급하지 말고 반역 및 스파이 혐의에 대해 사면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2일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스노든은 또 미국으로 추방하지 않는다는 약속만 해준다면 독일을 직접 방문해 도청 관련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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