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더 오래 일하는 대한민국]<6>일자리센터에서 찾은 희망
전국 재취업 지원센터 20여곳… 단순 정보제공 넘어 심리상담까지
한 정보기술(IT) 업체 간부였던 박모 씨(57)는 지난해 9월 직장을 그만뒀다. 회사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자신처럼 나이 많은 근로자가 더 버틸 수 없었기 때문. IT 업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청년 근로자가 장년층에 비해 많은 데다 청년 취업난까지 심화된 탓이다.
환갑을 앞둔 박 씨가 자신의 경력을 살려 IT 업종에 재취업하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그는 지인을 통해 동종 업계 회사 몇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고개를 떨궈야 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한국무역협회의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를 찾았다. 박 씨는 업종 변경이나 창업을 의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센터 측은 심리상담을 통해 박 씨에게 자신감부터 찾아 줬다. 이어 경력을 살릴 수 있도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진행하는 ‘월드프렌즈 퇴직 전문 해외 파견 사업’ 참여를 안내했다.
박 씨는 용기를 얻었고 개발도상국 IT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할 프로그래머로 채용돼 최근 몽골로 출국했다. 그는 “장년 근로자들은 재취업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아 쉽게 좌절감에 빠진다”며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체계적인 도움을 주는 곳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박 씨처럼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한 중장년 구직자는 약 3000명에 이른다. 전체 구직 신청자(5700명)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새 일자리를 잡았다. 이처럼 장년층의 구직 수요가 늘면서 이들을 위한 전직 지원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재취업 및 창업을 지원하는 일자리센터가 전국적으로 20여 곳.
노사발전재단은 서울 2곳 등 경기 인천 강원 부산 등지에서 일자리센터를 운영 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도 주요 지역에 일자리센터를 마련했다. 단순한 취업 정보 제공을 넘어 구직자들의 새로운 인생 설계를 돕는 게 특징. 정년퇴직이나 실업으로 인해 떨어진 자신감을 높여 주고 필요에 따라 업종 전환이나 창업을 위한 교육도 실시한다. 구직자뿐 아니라 퇴직 예정자도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김영희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장은 “허탈감이나 무력감에 빠지기 쉬운 장년 구직자들을 위해 심리안정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진행한다. 해외 재취업을 특화해 큰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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