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선 씨(44·여)는 최근 인천문화재단에서 ‘문화복지 전문인력’으로 일하며 수집한 사할린 이주민의 사연을 책으로 엮었다. 지난달 말 인천 연수구 사할린동포복지회관에서 만난 김봉례 할머니(92)에게 “책 사진 잘 나왔죠?” 하며 웃었지만 ‘할머니를 더는 보지 못할 수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강 씨는 5월부터 연말까지 문화복지 전문인력으로 재단에 채용된 계약직. ‘문화여가사’라는 전문인력을 제도화하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강 씨는 내년에도 할머니의 문화생활을 도울 수 있지만 법안이 무산되면 강 씨는 ‘경력단절여성’의 삶으로 돌아간다.
고용창출, 서민지원, 기업투자유도를 목표로 하는 경제법안들이 정치권의 대립과 무관심으로 표류함에 따라 이해관계가 걸린 개인과 기업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월간 수출금액이 지난달 5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 기록을 세우고 경제성장률이 두 분기 연속 1%를 넘어도 일자리와 기업투자에 직접 영향을 주는 법안이 ‘정쟁의 덫’에 걸린 상태가 지속되면 체감경기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4일 경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체감경기가 얼어붙어 있는 대표적인 현장 4곳을 찾아 업계와 지역민의 목소리를 들었다. 취재팀이 지난달 30일 찾은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마리나는 당초 ‘해양스포츠용 항만 구축’이라는 정책목표의 수혜지역으로 꼽혔다. 방파제로 싸인 바다 위에는 요트 70여 대가 정박해 있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를 나서면 녹슨 3∼5층짜리 8개 건물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다른 마리나사업장인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남동 메추리섬도 비슷했다. 바다를 매립한 30만 m² 터는 갈대에 뒤덮여 있었다. 이는 마리나 주변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려는 ‘마리나 항만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작업이 멈췄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102개 경제법안 가운데 외국인투자촉진법, 문화예술진흥법, 주택법 등 44개 법안이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특히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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