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팀 성적이 좋아야 선수가 박수 받을 자격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화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응원을 부탁한다.”
4일 열린 2013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올 시즌 최고출루율(0.444) 상을 받은 한화 주장 김태균의 소감이다. 지난해 최고 타율(0.363)과 출루율(0.474)을 기록했던 그는 2년 연속 출루율 1위를 차지했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소속팀 한화가 꼴찌를 했기 때문이다. 한화에서 시상식에 초대받은 건 김태균이 유일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달성한 삼성도 단 한 명만 시상식에 초대받았다는 것이다. 올 시즌 14승(4패)을 거둔 배영수가 투수 최다승 타이틀을 차지했을 뿐이다. 최우수선수(MVP)상과 최우수신인상도 삼성의 몫은 아니었다. 이런 팀이 어떻게 최고의 전력을 갖출 수 있었을까.
그것은 시상식에 초대받지는 못했어도 잘나가는 ‘2인자’가 많은 덕분이다. 수상자를 보며 가장 배가 아플 사람은 삼성의 4번 타자 최형우일 것이다. 올 시즌 그가 기록한 29홈런, 98타점, 156안타는 모두 각 부문 2위 기록이다. 홈런과 타점은 MVP 넥센 박병호에게 밀렸고 최다안타 부문에서는 롯데 손아섭(172안타)에게 1위를 내줬다. 최형우는 그 외에 장타율(0.530·3위)과 득점(80개·4위)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박병호와 손아섭이 아니었다면 최형우는 타격 3관왕에 오를 수 있었다.
삼성은 마운드에서도 다승왕 배영수에 버금가는 윤성환과 장원삼(이상 13승)이 버티고 있었다. 오승환도 세이브 부문 4위(28개)로 타이틀은 넥센 손승락(46개)이 가져갔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모습은 여전히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올 시즌 삼성은 최고의 선수가 없어도 최고의 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