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1년… 올 연두교서 정책 점검
교육개혁등 6개는 첫발도 못떼
공화당 저지 뚫은 ‘오바마케어’도 웹사이트 오류로 출발부터 혼란
6일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앞으로(Forward)’를 외치며 미국 역사에 ‘재선 흑인 대통령’이라는 또 하나의 신화를 창조한 그는 연임 대통령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구호와 달리 많은 정책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다. 경제회복 속도가 부진하고 나랏빚은 17조 달러(약 1경8020조 원)를 넘어섰다. 행정부와 의회,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각종 사안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본보가 2013년 2월 12일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 의회 연설(연두교서)에서 제시된 분야별 중요 정책 15개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한국 당국자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 단 두 개만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6개 정책은 전혀 실행되지 않거나 제자리걸음이고 7개는 보통 수준이었다. ○ 꽉 막힌 경제 분야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복원에 정책의 방점을 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 수단인 재정 정책부터 옴짝달싹못하는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국가부채 증액 한도 협상이 타결을 보지 못해 대규모 공공투자는 고사하고 시급한 지출부터 겨우 막아야 하는 상황이 올해 내내 이어졌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500억 달러(약 53조 원)를 쏟아 부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은 언제쯤 실현될지 불투명하다.
법인세율을 낮추는 대신 10여 개에 이르는 세금감면 조항을 대폭 수술하는 조세개혁안도 추진되지 못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현재 7.5달러(약 8200원)에서 9달러로 올리겠다는 공약만이 실현되고 있다.
○ 정치 사회 개혁도 용두사미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라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은 미국을 사상 18번째 연방정부 폐쇄(셧다운)와 초유의 국가부도 위기까지 몰아간 공화당의 저지 노력을 뚫고 일단 살아남았다. 하지만 사이트 오류로 출발부터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대선 직후 터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이 야심 차게 밀어붙인 총기규제 노력은 상원에서 법안 통과가 좌절된 뒤 용두사미가 됐다.
이민개혁법안은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에서는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교육개혁은 발걸음도 떼지 못했다. 동성부부를 차별하는 연방 법률이 위헌으로 결정되고 여군을 전투임무에 배치키로 한 것은 소수자 배려와 여권 신장 분야에서 상징적인 진전으로 평가된다.
○ 외교 안보는 ‘유명무실’
내년 초까지 미군 병력 6만6000명의 절반이 넘는 3만4000명을 해외에서 철군시키는 작업만 제대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무인기(드론) 사용과 국가안보국(NSA) 정보수집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저지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6월 집권한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핵 포기 대화에 나선 것은 강력한 제재의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집트 군부 쿠데타와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미국의 어정쩡한 태도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성과 없이 중동 문제에 다걸기(올인) 하는 동안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미국 내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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