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디자이너인 최모 씨(39)는 2월 김모 씨로부터 “아내의 평소 행동이 의심스러우니 휴대전화를 도청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최 씨는 중국 업체로부터 스마트폰 도청 기능이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사들인 뒤 웹사이트를 통해 홍보했는데 이를 본 김 씨가 연락을 해온 것이다.
이후 최 씨는 김 씨의 아내 신모 씨에게 루이뷔통 가방과 영어교육 광고 등 신 씨의 관심사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광고로 착각한 신 씨가 인터넷주소를 누르는 순간, 스마트폰 도청 애플리케이션(앱)이 자동으로 설치됐다. 일명 ‘스파이폰’으로 불리는 이 도청 앱은 화면에 도청앱 설치 흔적이 남지 않아 설치 사실을 모른 채 지나친다. 앱이 설치되면 피해자가 전화를 할 때마다 내용을 엿듣고 녹음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위치 파악과 문자메시지 확인까지 할 수 있다.
최 씨는 도청앱으로 신 씨의 통화내용을 180회에 걸쳐 실시간 녹음한 뒤 의뢰인 김 씨의 e메일로 보내주고 90만 원을 받아 챙겼다. 다른 4명에게도 도청을 해준 뒤 300여만 원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이종언)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가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1심의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높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최 씨가 스마트폰 도청앱을 사용하다가 적발된 국내 첫 사례라는 점을 고려해 엄벌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계획적 반복적으로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범행을 저질렀다”며 “일반인들에게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조성해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씨는 상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앱이 설치되지 않도록 하려면 광고성 문자메시지의 링크를 누르지 말고, 스마트폰의 보안설정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보안에 취약한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은 조심해야 한다. ‘환경설정→보안→디바이스 관리→알 수 없는 출처에 체크 해제’의 절차를 밟으면 앱 설치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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