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긴급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북한보다 일본에 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같은 민족인 남북 관계에는 ‘출구’가 있지만 역사 문제와 민족 감정이 얽혀 있는 한일 관계에는 사실상 ‘해법’이 없다”는 진단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질문에는 강경 기조보다 유연한 자세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좀 더(6.1%포인트) 많았다. 응답자의 51.4%가 향후 대북 관계 방향에 대해 “유연한 자세로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답했다. “북한의 변화가 있을 때까지 현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경 기조 주문은 45.3%였다. 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반면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북핵 문제와 인권 문제를 거듭 강조하며 ‘김정은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가장 강경했다. 20대는 절반이 넘는 53.0%가 강경 기조를 요구했다. 반면 50대와 60대에서는 각각 41.2%와 39.2%만이 강경 기조 유지를 주장해 차이를 보였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60.7%가 강경 기조를 지지해 북에 대한 경각심을 보였다.
20대의 신(新)냉전세대화가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본보와 재단법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근 심층 설문조사에서도 남북한 사이에 전쟁 가능성이 있다는 20대의 응답(64.6%)은 30대(41.9%)와 40대(38.8%)는 물론이고 50대(42.8%), 60대(51.4%)보다도 높았다. 20대는 북한에 대해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성을 느낄 계기가 없었던 반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을 겪으면서 북한을 적대시할 수밖에 없는 직접적 계기가 많았던 영향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청년실업이나 군 입대 등 현실적인 문제도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하게 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 30대와 40대에서는 각각 48.6%와 45.3%만이 강경 기조를 지지했다.
향후 일본과의 정책 방향에 대해선 국민 대다수가 현재의 강경 기조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5.6%는 “일본의 도발에 맞서 현재의 강경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답변은 29.8%에 그쳤다. 강경 기조를 지지하는 답변이 2배 이상으로 높게 나온 것은 일본 우파 정치인들의 잇단 역사 왜곡 발언과 독도 영유권 주장에 이어 최근 ‘집단적 자위권’까지 추진하는 데 따른 반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령별로는 2030세대가 40대 이상에 비해 더 강경한 태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72.6%, 30대의 78.6%가 일본에 대해 강경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해 60대 이상(52.5%)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일본에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일본에 강경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여성의 경우 58.8%였으나 남성의 경우 72.6%에 달했다. 지역별 분석에서는 ‘제주·강원’ 지역 응답자의 76.3%가 강경 입장을 지지해 타 지역에 비해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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