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최고 모범에
“보존 탁월… 발전 가능성 무한, 문화적 체험 통해 인류 풍요롭게”
“조선시대 유교 사회를 이처럼 탁월하게 보여주는 씨족마을이 있을까. 생산과 생활, 의식이 전통 그대로 유지되는 것도 놀라운데, 21세기에도 잘 이어지고 있는 매우 보기 드문 사례다.”(아마레스와르 갈라 덴마크 코펜하겐 국제종합박물관연구소 이사)
상찬도 이런 상찬이 있을까. 하지만 더 기쁜 것은 그의 말이 결코 립 서비스가 아니란 점이다. 유네스코는 전 세계 981개의 세계유산 가운데 3%도 안 되는 모범사례를 뽑으며 한국의 역사마을인 하회와 양동을 이렇게 표현했다. ‘살아있는 유산과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보호’의 구현이라고.
갈라 이사는 실제로 하회와 양동 마을 평가보고서의 주 집필을 맡았던 전문가. 그는 “지역사회의 인식과 지식이 유산 보존은 물론이고 문화적 체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두 마을 주민들이 외부의 무분별한 문화 유입을 막고 마을의 문화를 관리하고 지키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뜻이다. 그로 인해 인류는 한국의 세계유산으로부터 사회적 문화적 혜택을 얻었다는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많은 해외 전문가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매력은 유형유산과 무형유산이 통합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1984년 중요민속문화재 제122호와 제189호로 지정된 두 마을은 양진당(보물 제306호)과 충효당(보물 제414호·이상 하회마을), 무첨당(보물 제411호)과 향단(보물 제412호), 관가정(보물 제442호·이상 양동마을) 같은 진귀한 유형유산을 다수 지녔다. 게다가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비롯해 전통적 유교 문화와 관습도 잘 이어져 내려왔다. 유네스코가 평가서에 “옛 가옥의 공간적 배치가 잘 유지됐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 학문적, 철학적 전통이 지금까지도 그대로 살아있다”고 쓴 이유다.
유네스코가 또 하나 하회와 양동의 강점으로 주목한 포인트가 있다. 미래의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유네스코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금을 유치하고 투자했으며, 지역사회는 주인의식을 갖고 마을 공동체로서 지역사회 발전을 활성화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하회마을이 엄격하고 실질적인 ‘보존관리 종합계획’을 가동하고 있고, 양동마을도 하회마을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리계획을 수립했다는 걸 높이 샀다.
이번 모범 사례 선정에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의 약진이 크게 눈에 띈다. 중국의 ‘카이핑(開平) 댜오러우(雕樓) 건축물과 마을’은 농촌 사회의 전통과 외국 문화를 통합했다는 점에, 일본의 ‘시레토코(知床)’는 흰죽지참수리 같은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의 중요한 번식지가 인류의 어업과 조화를 이룬 점에 큰 점수를 받았다. 김귀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문화커뮤니케이션팀장은 “한중일은 최근 유네스코에서 가장 주목받으며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나라”라면서 “이번 선정에서도 이런 점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모범 사례 선정을 기념해 26개 사례를 모은 안내서 ‘세계유산, 인류를 위한 혜택’(사진) 3000부를 일반에 배포한다. 홈페이지(www.unesco.or.kr)에서 신청하면 포장 및 배송료(5000원)만 받고 보내준다. 물량을 다 소진할 경우에는 향후 전자책으로 제작해 공짜로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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