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가성 증거 없고 진술 엇갈려”… “제출된 동영상, 사건과 관련없어”
경찰 “檢수사결과 납득 못해”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퇴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사진)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윤 씨도 여성에게 성접대를 상습적으로 강요했으며 김 전 차관과 합동 강간을 하고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는 의혹들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청이 이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11일 “수사 결과 대가성을 전제로 한 성접대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단초가 된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의 실체에 대해 검찰이 새롭게 밝혀낸 건 없다. 경찰은 성접대의 정황 증거라며 문제의 동영상을 검찰에 보냈으나 검찰은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 전 차관인지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 검찰은 동영상 속의 여성, 즉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남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 동영상은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의 혐의 유무를 밝히는 데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경찰도 (성접대가 있었다는) 정황 증거로만 보냈다”고 밝혔다. 또 “동영상에 등장하는 피해 여성이 누군지 전혀 파악되지 않는데, 김 전 차관 등을 상대로 ‘네가 네 죄를 알렷다’는 식으로 수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여성 A 씨가 “윤 씨가 나를 강간하고 그와 김 전 차관이 나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 씨가 동영상 캡처 사진을 증거자료로 제출한다고 해놓고 아직 제출하지 않아 A 씨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다. 검찰은 A 씨가 주장한 동영상은 “진술로만 존재하는 동영상일 뿐 실체가 없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여성 B 씨와 C 씨가 김 전 차관과 윤 씨로부터 합동 강간당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B 씨의 경우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차관과 윤 씨로부터 강간을 당한 게 아닌 것 같다. 경찰에서도 진술을 번복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강간을 당했다는 시점 이후에도 윤 씨와 1년 이상 만났다는 점도 고려했다. C 씨도 강간당했다는 시점 이후 윤 씨와 4년 이상 통화하거나 만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윤 씨가 △A 씨에게 성접대를 상습적으로 강요하고 △히로뽕을 불법 매수하고 △D 씨를 강간한 뒤 속여 24억 원을 뜯어낸 혐의 등에 대해서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다만 윤 씨는 배임증재 명예훼손 협박 혐의가 확인돼 추가 기소됐다. 2010년 대우건설이 진행하는 골프장 클럽하우스 공사를 수주하게 해주는 대가로 외주구매본부장에게 200만 원 상당의 상품권과 100만 원 상당의 그림 1점을 제공하고, 2012년 D 씨와의 성관계 동영상을 지인 2명에게 보여주고, D 씨의 어학원 동업자를 찾아가 “D 씨와 만나게 해주지 않으면 성관계 동영상을 학원생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한 혐의다.
6월에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검찰은 “e메일과 컴퓨터, 강원 원주 별장과 윤 씨 자택을 다시 압수수색하고 계좌추적과 통화기록을 분석하는 등 원점에서 철저히 수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해 여성들이 수사 직전 서로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시민위원회에 성접대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보내 위원 11명 전원으로부터 ‘불기소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언론에 설명한 것 이상으로 위원들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반면 경찰 측은 검찰 수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의 수사에 관여했던 경찰청 간부는 11일 “피해 여성의 일관된 진술과 윤 씨의 다이어리 및 통화 기록 등 관련 증거를 바탕으로 (윤 씨와 김 전 차관의) 혐의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는 법원에 직접 기소를 요청하는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이성한 경찰청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이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불복하면 (직접 기소를 요청하는) 재정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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