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인사청문회(11∼13일)를 제외한 국회 일정을 모두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8일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그날 하루 국회 일정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민주당이 국회 일정을 추가로 보이콧하면서까지 특검과 국정원개혁특별위원회의 국회 설치 요구를 더욱 치고 나오자 여당에서는 특검과 특위라는 정치적 이슈를 민주당이 예산안과 연계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당 일각에서는 준예산 편성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전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에 대한 추가 징계 등을 언급하며 “검찰의 편파 수사, 편파 감찰, 편파 징계가 재판 중인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공소유지조차 포기시키려는 정권 차원 공작의 일환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 기간 중 국회 모든 의사일정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5일로 예정된 2012년도 결산심사안의 본회의 처리는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다시 국회 일정 중단 카드를 들고 나온 데 대해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전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은 강경 대응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국회 시정연설을 할 예정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특검과 특위 요구를 예산안 처리와 연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원내 관계자는 “법안은 여당과 협상해서 처리할 여지가 있지만 예산안은 연계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연대를 손꼽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예산안 처리와 특검 요구를 연계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밝힌 만큼 지도부가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당직자는 “지금까지 지도부에서 예산안과 특검·특위 요구의 연계 방침을 논의한 것은 없다”며 “정치적 어젠다를 예산안과 연계하는 순간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특검 요구, 국회 일정 중단과 관련해 “민주당이 국회를 뇌사 상태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에서 “야당이 법안과 예산을 모두 묶어 대선 개입 일체에 대한 특검을 들고 나왔다”며 “11월도 중반으로 접어드는데 결산마저 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을 보면서 국민은 미국식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의 불길한 그림자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검찰의 사초 실종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친노(친노무현)계를 보호하기 위한 민주당의 정치 파업”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일각에선 준예산 편성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다음 달 2일이지만 연내 처리도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황 대표는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로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찾아 현안을 논의했지만 특검과 특위 설치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40여 분 만에 헤어졌다. 김 대표는 당사 이전 축하 떡을 가져온 황 대표에게 “떡까지 가지고 온 건 고맙지만 나란히 앉아서 웃고 있기에는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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