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동맹국 정상에 대한 도·감청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우방 간의 상호 도·감청 작업은 오랜 전통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최신호는 이런 활동이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전했다. 가톨릭 신자였던 스페인의 펠리페 2세와 교황은 신교를 지원하는 영국을 침공하기 위해 스페인의 무적함대(아르마다)를 보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첩보 활동은 계속 이어졌다. 이로 인해 막판까지도 상대방이 마음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의심의 끈을 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방을 상대로 첩보 활동을 하다 발각돼 갈등을 빚는 경우도 상당수다. 1987년 미국의 우방 이스라엘은 미국 정보원 조너선 폴러드를 포섭해 민감한 미국의 안보 정보를 구매했다. 이를 알게 된 미국은 이스라엘 최고위층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동맹국 사이에서도 첩보전이 이처럼 치열한 것은 국익을 지키고, 상대국의 배신이나 (적대국과의) 이중 거래 등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포린어페어스는 전했다. 아무리 우방이더라도 언제든 국익을 위협하는 이중 스파이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영국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지만 민감한 미국의 군사 정보가 당시 워싱턴 주재 영국 대사관 소속 이중 스파이들에 의해 모스크바에 넘겨진 전례도 있다고 포린어페어스는 전했다. 이 잡지는 “국제 무대에서 우정과 같은 단어는 ‘부적절한 명칭(misnomer)’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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