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여풍(女風)’은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닥쳤다. 1989년 여군병과라는 특수병과가 폐지되고, 여군들이 남성들과 함께 일반병과로 합치면서 군내 금녀(禁女)의 벽은 빠르게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1993년부터 여군이 사단급 신병교육대 소대장과 보병중대 중대장, 연대장 직책 등 일선 부대 지휘관에 잇달아 임명됐다. 1997년 공군사관학교를 시작으로 육사(1998년)와 해사(1999년)가 여생도 입학을 잇달아 허용했고 2000년대 초 첫 여성 전투기 조종사와 최전방 부대 소대장이 배출됐다. 2003년엔 해군 전투함에도 여군이 배치됐다. 2005년엔 해상작전헬기 조종사가, 지난해엔 해군의 전투함 중 가장 작은 고속정 정장에도 여군이 각각 기용됐다. 2010년엔 전투병과 출신 여성 장군까지 탄생했다. 지금까지 배출된 여성 장성은 3명으로 모두 육군이다. 여군 비율이 가장 낮은 해병대도 2001년 여성 장교를 처음 선발했고, 창설 63년을 맞은 지난해엔 첫 영관급 여성 장교(소령)를 배출했다.
3월 합동 임관식을 치른 초임장교의 면면에서도 ‘여성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육사 수석 졸업의 영예는 여생도가 차지했다. 학군사관후보생(ROTC) 수석 졸업도 처음으로 여성이 차지했다. 해사와 공사는 여성 수석 입학과 졸업자를 이미 여러 차례 배출한 바 있다. 군내 여풍이 거세질수록 여군이 되기 위한 경쟁률도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공사 여생도 입학 경쟁률은 51.4 대 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6명을 선발하는데 822명이 몰렸다. 같은 해 육사도 여생도 28명을 뽑는데 1059명이 지원해 37.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해사의 경쟁률도 52.2 대 1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재 장교와 부사관을 합친 여군 수는 7640여 명으로 전체 군인의 4.4%를 차지한다. 국방부는 2015년까지 여군 규모(장교 7%, 부사관 5% 수준)를 1만 명 이상으로 늘려 비율을 7%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말까지 포병과 기갑, 방공 등 12개 전투 병과에 여군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잠수함 등 특수보직의 경우 여군 배치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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