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재판이 열린 수원지방법원은 12일 법정 안팎에서 하루 종일 좌우 세력 간에 치열한 대결과 공방이 벌어졌다. 법정 밖에서는 이날 아침부터 수원지법 정문 앞에서 우파단체인 블루유니온 회원 350여 명과 통합진보당원 100여 명이 각각 맞불 집회를 열어 ‘통합진보당 해산, 종북척결’과 ‘내란음모 무죄, 이석기 석방’ 등을 외쳤다. 경찰은 9개 중대 800여 명을 동원해 양측의 충돌을 막았다.
오후 2시 110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12부 김정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는 최태원 수원지검 공안부장 검사를 비롯해 검사 8명, 변호인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김칠준 심재환 변호사 등 공동변호인단 16명이 출석했다.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등 피고인 7명도 모두 참석해 변호인석 옆에 앉았다. 이 의원은 흰색 드레스셔츠에 검은 양복 차림이었고 다른 피고인들도 양복을 입었다. 넥타이는 아무도 매지 않았다. 요즘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수의(囚衣) 대신 다른 복장을 택할 수 있다. 이들은 재판에 앞서 서로 악수를 나누거나 가족들을 보고 손을 흔들고 미소를 보이는 등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자신의 공소사실 요지가 검찰에 의해 낭독될 때는 표정이 굳어지거나, 혐의 사실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방청석 98석은 피고인 가족들과 취재기자, 경찰, 법원 질서유지요원과 2박 3일간 노숙을 하며 방청권을 얻은 탈북자 방청객 26명이 빼곡히 자리를 메웠다. 피고인 가족들은 별다른 표정이나 말 없이 재판과정을 묵묵히 지켜봤다. 이날 재판 과정은 모두 녹음됐다.
재판은 검찰의 기소요지 낭독으로 시작됐다. 검찰은 미리 준비한 파워포인트를 통해 100여 쪽의 공소장을 1시간 10분가량 읽었다. 검찰은 RO의 실체, 구성경위, 강령, 영도체계 등을 설명하고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상 고무 찬양 등 혐의 내용별로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이 자유민주체제를 전복하고 대한민국 존립에 중대한 위협을 끼친 범죄행위를 한 만큼 엄벌해 달라”고 마무리했다.
이어 공동변호인단은 이정희 대표가 대표 변론에 나서 “유신과 군부독재 이후 33년 만에 내란음모 사건이 재등장했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혐의를 반박했다. 이 대표는 2시간여에 걸쳐 파워포인트를 통해 5월 12일 RO 회합 녹취 내용 중 ‘이제 칼 가지고 다니지 마라, 총? 총? 총은 부산에 가면 있다(일동 웃음)’는 대목의 육성을 공개했다. 이 대표는 “이런 모임이 과연 혁명을 계획하는 지하조직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피의자 진술 기회를 얻은 이 의원은 10분 가까이 “단언컨대 내란을 음모한 사실이 없다”며 “저와 (통합)진보당에 새겨진 주홍글씨가 벗겨지길 희망한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공소사실에 대해 “사건의 출발이자 종착점인 5월 12일 강연은 진보당 경기도당의 요청을 받아 한 것”이라며 “북이 남침했을 때 폭동을 일으키려 한 것이 공소요지인데, 오히려 북의 남침이 아닌 미국의 북침을 우려한 것으로 국가정보원 수사는 전제부터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재판부에 “북 공작원을 만난 적도 없고 지령을 받은 적도 없는데 내가 한 모든 말과 행동이 지령을 받아 수행한 것처럼 돼 있다”고 호소했다. 다른 피고인들도 한결같이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은 변호인 변론과 피의자 진술이 길어지며 오후 6시 20분에 종료됐다. 다음 공판은 14일 오전 10시부터 열린다.
재판 과정에서 탈북자 출신 방청객 5명이 변호인단과 피고인들의 진술 과정에서 욕설과 함께 “못 들어 주겠다. 북으로 가서 한 달만 살아라.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박탈하라”라고 소리를 질렀다. 2명은 퇴정당했고 3명은 법정 소란 혐의로 수원구치소 감치 3일 명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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