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12일 열린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첫 공판에서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회합에서 내란을 모의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증거로 인정할 것인지와 RO의 실체에 대해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자료인 녹취록의 증거력이 앞으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녹취록은 법원으로부터 감청 영장을 받아 합법적인 방법으로 확보한 것”이라며 “제보자에게 감청이나 도청을 강요하지 않아 적법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녹취록은 내부자가 몰래 녹음한 것으로 영장에 의한 감청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위법한 증거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국정원이 녹취 내용을 일부 왜곡했다. ‘선전, 수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부분은 ‘성전(聖戰), 수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전쟁 반대 투쟁을 호소’는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RO의 실체에 대해서 검찰은 RO가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지하정당으로 1999년 국정원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민혁당을 적발해 김영환 하영옥 이석기 등이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음)과 같다고 전제했다. 즉 한국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전복하고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한 지하 비밀조직이라는 점이 같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조직원이 각자 (내란을) 준비하다가 총공격 명령에 따라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구체적인 내란을 음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헌 문란의 목적을 갖고 ‘비상시국에 연대조직 구성’ ‘광우병 사태처럼 선전전 실시’ ‘레이더 기지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 수집’ 등 전쟁 대비 3가지 지침을 공유하고 있었다”며 “압수문건 가운데 ‘한반도 운명을 결정지을 두 개의 전략’이라는 문건에는 대한민국 군대를 미국의 예속 군대로 폄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고, ‘주체의 수령론’이라는 문건에는 주체사상과 수령론을 찬양하고 미화하는 한편 김일성 일가를 떠받드는 내용이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은 “RO의 구성 시기와 구성원, 조직체계, 활동 내용 등이 확정되지 않아 실체가 없고 내란 실행 행위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특정되지 않는다”면서 “내란음모죄를 구성하려면 국헌 문란의 목적과 주체의 조직성, 수단과 방법 등이 특정돼야 하는데 이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특히 국헌 문란 목적이란 국가의 정치적 기본조직을 불법으로 파괴하는 것인데 피고인들은 단순히 정부를 비난하고 그 정책을 비판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5월 RO의 비밀회합에서 거론된 내용에 대해서도 다퉜다. 검찰은 “5월 회합에서 이 의원은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이 필요하다. 군사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며 조직원들을 선동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회합은 단순한 강연이었고, 무기 준비나 국가시설 타격 같은 구체적인 수단과 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 후 수정 녹취록을 추가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녹취록을 푸는 과정에서 사소한 오류가 있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선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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