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한국이나 중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이웃입니다. 따라서 남-북-러 3각 협력을 포함한 러시아 극동지역의 개발 프로젝트에 북한도 끌어들여야 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한다면 짧은 시간에도 진전이 가능합니다.”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사진)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13일)에 앞서 한국에 온 그는 12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장기적으로 북한까지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극동지역 개발’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러시아 극동지역의 개발을 책임지는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트루트네프 부총리는 최근 논의가 급진전된 북한 나선∼러시아 하산 간 54km 구간의 철도를 이용한 3각 물류협력에 대해 “이미 프로젝트가 준비돼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북한, 러시아가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노력해 나간다면 3각 협력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본다”며 “협력과 친절, 이해의 세 가지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13일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러의 3각 물류협력 프로젝트와 관련한 구체적인 구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상선과 포스코 등 한국기업 컨소시엄이 러시아의 ‘나선콘트란스’(러시아 철도공사와 북한 나진항이 만든 합작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나진항 3호 부두의 개발 및 운영권을 확보해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한반도 정세와 북한 문제를 눈여겨봐 온 푸틴 대통령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루트네프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해 “러시아의 극동지역이 바로 그 구상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 지역에 들어간다”며 “한국의 유라시아 구상은 우리에게도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환영했다. 11일 방한한 그는 한국 기업가들과의 면담에서 이들의 사업 프레젠테이션을 매우 흥미롭게 봤다고 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다리를 아름답고 예쁘게 잘 만든다”며 “그런 다리처럼 극동지역은 러시아와 한반도를 연결해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게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극동지역에서의 각종 프로젝트 구상이 10여 년 전부터 계속 논의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큰 진전이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인프라 구축 등의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렸고 개발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던 것도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내가 새로운 책임자로서 개발 업무를 맡게 된 만큼 앞으로는 빠른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1년∼1년 반 정도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