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일은 탑(26·본명 최승현)의 생일이었다. 하지만 정작 생일 주인공은 이날을 즐길 틈이 없었다. 한창 ‘동창생’ 홍보일정을 바쁘게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바쁜 와중에도 한국에서 맞는 생일이 좋았나보다.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을 하자 그는 “감사하다. 4년 만에 생일을 한국에서 보낸다. 진짜 좋다”라며 빙그레 웃었다.
‘동창생’은 영화 ‘포화 속으로’ 이후 그의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그것도 이번엔 주인공이었고 분량도 상당했다. 그러기에 탑이 가진 초조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해요. 거의 1년이란 시간동안 영화를 찍었거든요. 개봉이 다가올수록 더 초조해졌어요. 빅뱅 앨범이 나오는 것만큼 진짜 떨리더라고요.”
‘동창생’에서 북한수용소에서 지내는 여동생 혜인(김유정)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남파공작원이 되기로 결심한 리명훈 역을 맡은 탑의 연기는 과히 놀랍다. 대사가 많지 않았지만 날렵한 액션과 눈빛연기로 공작원의 모습을 훌륭하게 담았다. 또 강대호라는 가명을 갖고 고등학교에 입학해 친구 혜인(한예리)을 만날 땐 영락없는 청춘의 모습을 표현해 눈길을 끈다.
“리명훈이라는 인물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뭔가 숨기고 표현하지 않은 그의 마음이 궁금했죠. 또 알 수 없는 성격이지만 깊이가 있는 사람이라 끌렸어요. 리명훈이 되고나서는 참 안쓰럽기만 했어요. 어디 하나 이야기할 곳도 없고 짊어진 짐이 너무 많아 보였죠. 버틸 수 없는 무게를 감당하려는 명훈이에게 연민을 느꼈고 그것을 잘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탑이 처음부터 ‘동창생’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은 아니었다. 리명훈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신선하지 않을 것 같아서다. 기존의 모습을 닮아 진부하게 보여질까봐 걱정을 하기도 했다.
“제가 어두운 캐릭터를 많이 했잖아요. 혹시 제가 그런 역할만 하고 싶은 것처럼 비춰질까봐 이번엔 성격이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었어요. ‘탱글탱글’한 기분이 드는 작품 있잖아요. 그런데 문득 ‘더 어둡게 해보자, 끝까지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연기를 끝까지 더 깊게 해야 새로운 변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답변을 듣는 내내 놀라울 뿐이었다. 탑에게 “이렇게 연기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줄은 몰랐다”고 하자 그는 속삭이듯 “음악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재치있게 대답했다. 다시 “달달한 연기, 망가지는 연기도 연습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니 “아니, 그런 쑥스러운 질문을…”이라며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장시간 대화를 나누며 점점 더 그가 왜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졌다.
“드라마 ‘아이 엠 샘’을 할 때는 주어진 것을 하느라고 정신없었어요. 그런데 영화 ‘포화 속으로’로 많은 상을 받아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배우로서 신중하고 진중한 마음을 더욱 커다랗게 만들어준 작품이었죠.”
탑은 올해 27세. 한창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인데 정작 그는 “일하는 게 제일 좋다”며 “정작 일상에 돌아오면 적응이 안 된다”고 계속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고민을 한다고 했다. 사실 인터뷰를 진행하며 탑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요즘 생각이 많다”였다.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을까.
“어렸을 때부터 생각이 많았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요.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거요? 내 눈 앞에 닥친 일들을 어떻게 잘 해내야할지 고민하죠. 그런데 어떤 것에 꽂혔을 때, 가슴으로 움직이는 부분들은 계산하지 않고 하는 편이에요.”
앞으로 그는 계속해서 스크린에 모습을 내밀 예정이다. 곧 ‘타짜2’의 촬영이 들어가고 몇 개의 시나리오를 보며 추가 출연을 검토 중이다. 그는 “언제든 내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탑은 곧 솔로앨범을 내며 가수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언제 나오는지 정확한 시기를 묻자 “알면 재미가 없지 않나. 아무도 모르게 ‘뻥’하고 나올 거다”라며 웃었다.
“싱글앨범인데 대중성을 배제한 음악이에요. 제겐 실험적인 음악이라 모험일 수도 있어요. 표현도 추상적이고 가사나 멜로디가 특이해요. 그래서 처음 들었을 때와 다시 들었을 때 느낌이 다르고 뮤직비디오를 만났을 때 또 다른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어요. 제 앨범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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