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일관계 돌파구 만들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5일 03시 00분


“위안부 문제 등 통석의 마음… 연내 정상회담 원한다”
아베 日총리, 14일 訪日 한국 의원들 만나 발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4일 한국 국회의원들과 만나 연내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희망을 강하게 피력했다. 전날(13일) 이병기 주일 한국대사를 만났을 때도 같은 뜻을 전달했다. 이틀 연속 한국 측 인사에게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직접 밝힌 셈이다.

아베 총리는 14일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한일협력위원회 합동총회 참석 차 일본을 찾은 국회의원 등 한국 인사 16명과 회동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참석자인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이 전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12월 취임한 뒤 언론에 공개된 공식석상에서 한국 인사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했으며 15일 열리는 한일협력위 총회에 참석해 사흘째 한국 관계자와 스킨십을 이어간다.

아베 총리는 이날 “양국 간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한중일 다자 정상회담도 가급적 가까운 시일 안에 개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서 의원은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역대 내각과 같은 입장을 계승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표명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는데 진의가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통석(痛惜·몹시 애석함)의 마음이 있다’는 표현도 썼다고 한다. 또 아베 총리는 “일한관계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관계로 협력관계가 긴요하다”며 한국 측 참석자들에게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13일 서울안보대화(SDD) 참석 차 방한한 니시 마사노리(西正典) 일본 방위성 사무차관도 백승주 국방부 차관과의 양자대담에서 일본의 역사 인식과 관련해 “아베 총리가 통렬한 사죄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시 차관은 “고노 담화를 존중한다”는 의사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고노 담화는 1993년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모집을 인정하고 사죄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 정부 발표다. 일본 우익은 고노 담화를 수정하라고 주장해 왔다. 정부 안팎에서는 ‘비공개 대담이지만 아베 총리가 사무차관을 통해 우회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달한 셈’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니시 차관은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의 방한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일본이 ‘빙하기(氷河期)’라고 불릴 정도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양국 관계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인식이 짙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한일 관계 경색의 장기화가 양국 모두의 국익에 해롭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일본의 협조 없이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외교 당국자는 “지금처럼 일본과 담을 쌓고 있다가 중-일 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이 물리적 충돌로 번지면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아주 좁아진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정치·외교적 부담을 무릅쓰고 이달 7일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서울로 불러 ‘제8차 한중일 고위급 회의’를 개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어렵사리 열리는
QR코드를 찍으면 ‘최악의 한일관계’ 관련한 일본의 물밑 움직임을 다룬 채널A 리포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찍으면 ‘최악의 한일관계’ 관련한 일본의 물밑 움직임을 다룬 채널A 리포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듯한 한일 간 대화의 틈을 적극 활용해 상호 간에 절실한 공존과 협력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일 관계가 지금처럼 소원하면 한국이 중-일 사이에서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공동 역사교과서 발간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손영일 기자
도쿄=배극인 특파원
#한일#아베#일본#정상회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