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푸르던 잎은 가을이 되어 붉게 물들고 마지막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하지만 겨울은 이를 오래 허락하지 않는다. 휘몰아치는 눈바람과 추위에 떨다가 마지막 잎새는 차디찬 눈에 묻히었다. 아쉬움도 눈에 묻히었다.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다. 잎새는 이제 곧 토양분이 되어 새해를 맞이하리. 마지막은 마지막이 아니다. 자연의 거대한 순환에 순응해 저 앙상한 가지는 그렇게 새해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겨울은 왔고 또다시 봄은 올 게다. 담장에 있는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죽을 거라는 존시를 위해 비바람치는 밤 넝쿨을 그려놓고는 스러져간 베어먼 할아버지 존시에게 주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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