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선배가 여자 후배를 회의실로 불러 야단을 친다. 잘못을 하나씩 거론하며 뭐가 문제인지 따진다. 후배는 사과를 한다. 그러나 선배는 고삐를 늦추지 않고 꼼짝 못하게 밀어붙인다.
후배의 아랫입술이 떨리는 게 보인다. 선배가 잠깐 숨을 돌리는 사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선배는 당황한다. 어쩔 줄 몰라 그녀를 달래려고 한다. 후배는 소리를 내어 운다. 결국 선배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만다. 사과까지 받은 후배는 더욱 서럽게 흐느끼고, 선배의 의도는 후배의 눈물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말대로다. 남자가 아무리 이론을 늘어놓아도 여자의 한 방울 눈물에는 당하지 못한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여성들에게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남성을 통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눈물은 그 정점이자 최후의 수단이다. 여성들이 눈물이란 수단을 얼마나 자주 활용했으면, 남성용 슈트 앞가슴에 꽂는 손수건이 그들의 눈물을 신속하게 닦아주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는 속설도 있다. 마주 본 여성의 얼굴(눈)과 가장 가까운 동선에 배치됐다는 주장이다.
셰익스피어는 ‘오셀로’에서 여성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에 빗댄다. “아, 그녀가 흘리는 저 눈물방울은 악어의 눈물일지니.”
악어의 눈물이란, 실제론 슬픔을 느끼지 않으면서 슬픈 듯 흘리는 눈물을 의미한다. 여성의 눈물이 때때로 악어의 눈물과 같다면, 아마 필요할 때마다 의도적으로 흘릴 수 있을 것이다. 슬픈 상황에서만 나오는 눈물이라면 실력 발휘의 수단이라고 볼 수 없으니 말이다. 사실, 악어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린다. 당연히 슬퍼서 우는 것은 아니다. 먹이를 삼키면 소화가 잘되도록 침샘이 자극되고, 침샘이 다시 악어의 눈물샘을 자극해 눈물이 고이게 되는 것이다.
여성 가운데 상당수는 자기 의지로 슬프지 않아도 울 수 있다. 악어와 조금 다르다. 어떤 여성은 눈물 흘리는 모습을 셀프 카메라로 찍어 친구들과 공유한다. 한 인터넷 사이트가 ‘내 애인, 인터넷에서 이것만 안 했으면 하는 것은?’이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눈물 셀카 올리기’가 4위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여성이 누구한테 배우지 않아도 눈물의 마법효과를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마법은 합리와 당위성, 효율 같은 판단 기준을 대번에 무력화시킨다. 또한 몇 마디 말을 늘어놓지 않고도 자기의 주장을 짧은 시간에 관철시킬 수 있는 ‘관계의 채찍’이기도 하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남성들이 이를 뻔히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