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프로배구 ‘멘털 고수’ 삼성화재 팀의 일상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6일 03시 00분


[‘멘붕’ 이길 비법 있다]
야참으로 라면 금지… 늦은밤 휴대전화 금지
‘고교팀’ 놀림 받지만… 6연속 우승 승승장구

‘코트 위의 제갈공명’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평소
기본 지키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동아일보DB
‘코트 위의 제갈공명’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평소 기본 지키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동아일보DB
오전 6시 반. 잠에서 깨자마자 체중계에 올라선다. 간밤에 몰래 치킨이라도 시켜 먹은 날이면 가슴을 졸여야 한다. 기준 체중보다 500g이 더 늘거나 줄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간식으로 라면은 절대 불가. 취침을 앞둔 오후 10시 50분에는 휴대전화도 내놓아야 한다.

다이어트 합숙소의 살풍경이 아니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선수단의 하루 일과의 처음과 끝이다. 이 원칙을 만든 사람은 ‘코트 위의 제갈공명’으로 불리는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58)이다.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프로에서는 보기 드문 원칙이다.

신 감독은 “밤에 라면을 먹으면 다음 날 훈련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휴대전화도 같은 맥락이다. 늦은 밤 친구와 통화하다 잠을 못 자면 몸 상태가 좋을 리 없다. 좋은 생활이 좋은 훈련과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다른 팀 선수들은 우스갯소리로 삼성화재를 ‘고교 팀’이라고 놀린다. 하지만 이 팀의 성적은 놀랍다. 신 감독은 1995년 삼성화재 창단 이후 19년째 같은 팀을 맡으면서 ‘고교 문화’의 최강 프로팀으로 이끌었다.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통산 7회 우승. 지난 시즌까지 6연패를 이뤘다.

명장(名將)끼리는 통하는 걸까. ‘만수’(萬手·1만 가지 지략을 갖고 있다고 해서 얻은 별명)로 불리는 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스타일도 비슷하다. 불편하더라도 선수들이 기본에 충실하기를 주문한다. 그는 선수들이 약속 시간에 늦는 꼴을 못 본다. 고참이든 외국인 선수든 늦으면 가차 없이 버리고 출발한다. 식사를 할 때도 선수단이 함께 이동해 다 같이 한다. 유 감독은 “팀은 작은 사회다. 그 안에서 인간관계와 협동, 배려를 배운다. 기량은 나중 문제고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기본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모비스 주장 양동근은 유 감독의 ‘판박이’다. 양동근은 동료와 코칭스태프에게 언제나 깍듯하다. 자기관리는 더욱 칼 같다. 프로 10년 차인 그는 신인 시절부터 농구 일기를 써왔다. 자기계발을 위해 틈틈이 영어 공부도 한다. 그의 숙소 벽면에는 지금도 농구 관련 전술과 명언이 적힌 쪽지가 붙어 있다. 유 감독 밑에서 국내 최고의 가드로 거듭난 양동근은 우승 반지만 3개(2006∼2007, 2009∼2010, 2012∼2013시즌)를 모았다.

명장이 말하는 성공의 조건은 단순하다. 운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운동만 잘해서는 안 된다. 평소 생활에서 기본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런 원칙을 최초로 스포츠에 도입한 인물이 고 존 우든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농구 감독이었다. 우든 감독은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이 2000년 실시한 ‘20세기 가장 위대한 스포츠 지도자’ 설문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로 뽑혔다. 우든 감독은 2010년 100세를 일기로 타계했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최고의 지도자로 존경받고 있다. 우든 감독이 전설로 남은 것은 승리보다 과정을 중요시한 최초의 스포츠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우든 감독은 초등학교 졸업 때 아버지 조슈아 휴 우든으로부터 인생의 가치가 담긴 교훈을 선물 받았다. 아버지가 건넨 2달러짜리 우편엽서에는 △자신에게 진실하라 △남을 도와라 △매일을 최고의 날로 만들어라 △좋은 책의 내용을 깊이 소화하라 △우정을 예술 작품처럼 아름답게 가꿔라 △만일에 대비하는 계획을 항상 세워둬라 △기도하고 모든 축복에 감사하라는 ‘7계명’이 적혀 있었다. 훗날 우든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성공을 위한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성공 피라미드를 밑받침하는 건 평소 생활이다. 우든 감독의 피라미드는 수많은 스포츠 스타와 지도자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프로배구#삼성화재#신치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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