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니는 나를 삼, 오, 칠, 구로 보냐? 띄엄띄엄 보냐고. 나가 이라고 콩알만 하게 생겼어도 알 건 다 아는 승인(성인)이거든! 콘돔을 사믄 당당히 말하믄 될 거슬, 아 뭐더라 존심 빠질 맨치롬 헛소리를 해싸?”-8회, 콘돔을 사다 들킨 해태(손호준)에게
tvN ‘응답하라 1994’(응사)에서 전남 여수 출신 여대생인 윤진이의 언어는 이렇게 살벌하면서도 다채롭다. 윤진이와 고향도 나이도 같은 배우 민도희(19)는 150cm 남짓한 키에 예쁜 외모로 윤진 역을 맡아 전라도 사투리를 차지게 구사한다. ‘염병’ ‘지랄’ ‘주둥아리’는 일상어다. 그는 요즘 ‘김수미 이후 최고의 욕쟁이 캐릭터’로 주목받는다.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민도희는 기대와 달리 표준어로 “욕쟁이는 아니지만 윤진이 말투는 진짜 내 말투다. 인터뷰할 때만이라도 (표준어를) 연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 사투리보고 ‘오버’라고 하는 분도 있는데, 인정해요. 여수 살 때도 친구들 사이에서 사투리 심하다고 아줌마나 할머니라고 불렸어요. 친한 친구들은 ‘(윤진이가) 꼭 니처럼 나온다’고 해요.”
지난해 걸그룹 ‘타이니지’ 멤버로 데뷔할 때만 해도 그에게 사투리는 골칫거리였다. 소심한 ‘트리플 A형’이라는 민도희는 “사투리 쓰는 게 부끄러워 말을 줄이고 ‘신비주의’ 전략을 썼다”고 했다.
그러나 진한 사투리는 ‘응사’에 캐스팅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응사’의 신원호 PD는 그에게 “다른 애들은 사투리를 억지로 하는데, 너는 서울말을 억지로 한다”고 평했다고 한다. “(1994년과 현재를 오가는 드라마에서) 현재 장면에서는 다들 표준어를 써야 했는데, 너무 어색한 거예요. 결국 저만 ‘(사투리) 못 고친 애’로 가기로 했죠.”
민도희는 원래 서인국 팬이지만 극 중 윤진이는 ‘서태지 빠순이’다. 그래서 ‘서태지와 아이들’ 영상을 찾아보고 주변 서태지 팬들로부터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같은 또래니까 대학생 윤진이 연기는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30대 후반의 윤진이는 어려워요. 같은 사투리라도 좀 더 아줌마같이 하려고 하는데….”
얼마 전 윤진의 미래 남편이 삼천포(김성균)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두 사람의 입맞춤 장면도 나왔다. 극에서는 삼천포가 두 살 어린 설정이지만 사실 김성균은 민도희보다 14세 위다. 그래서 “애 아빠인 삼천포 오빠가 많이 미안해한다”고.
민도희는 요즘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는다. 최근에는 영화 출연 제안도 왔다. “성동일 선배님이 연기의 기본을 쌓은 후엔 사투리가 큰 도움이 될 거래요. 앞으로 표준어 발음 연기도 더 노력해야죠. 그래도 사투리의 감은 계속 간직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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