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남자는 집안일 아예 안해… 한국 여성들은 어떻게 대처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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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베트남 첫 여성포럼 개최

15일 베트남 하노이 여성발전센터에서 최금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앞줄 왼쪽)과 응우옌티타인호아 베트남 여성연맹 주석(앞줄 오른쪽)이 업무협약(MOU)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뒤편은 양국의 참가자들. 하노이=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15일 베트남 하노이 여성발전센터에서 최금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앞줄 왼쪽)과 응우옌티타인호아 베트남 여성연맹 주석(앞줄 오른쪽)이 업무협약(MOU)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뒤편은 양국의 참가자들. 하노이=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한국 여성정책의 발전은 국제적인 동향과 지원에 힘입은 바가 컸습니다. 이제는 그동안의 경험과 성과를 국제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전 세계 여성 발전에 힘을 보탤 때입니다.”

최금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이 15일 베트남 하노이 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린 ‘제1회 한국-베트남 여성포럼’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포럼에는 한국과 베트남의 여성 리더와 정책전문가 70여 명이 모였다.

여성포럼은 지난해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 20주년을 맞이하면서 양국 여성계가 1년여간 준비한 끝에 마련됐다. 앞으로는 해마다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면서 열린다.

한국과 베트남 여성의 현실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 2009년 기준으로 올해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맞벌이 가정이 하루 평균 37분, 비맞벌이 가정이 39분으로 차이가 없다. 반면 여성의 경우엔 각각 3시간 20분, 6시간 18분으로 훨씬 길다. 베트남 사회과학인문대의 레티꾸이 교수는 “베트남에는 집안일을 아예 안 하는 남자가 많고, 여자는 가사노동을 하느라 자기계발을 못한다”며 “어떻게 해야 남자가 집안일을 하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베트남 여성정책의 난제는 노동의 질이 낮다는 점. 여성은 남성보다 취업률이 낮고 처우가 열악하다. 비전문적인 일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안명옥 전 국회의원은 “한국에선 남녀 동일임금의 날을 제정하는 법안이 얼마 전 발의됐다. 남녀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양정자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장은 “한국은 표면적으로는 여성 상위시대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불합리한 법 때문에 피해를 보는 여성을 돕는 운동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참석자들은 국제결혼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에 입국하는 여성 결혼이민자는 중국 다음으로 베트남 출신이 많다. 베트남 빈곤지원연맹의 따티민리 대표는 “많은 베트남 여성이 외국으로 시집을 가지만 말이 안 통해서 피해를 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국 전에 교육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엉티한 베트남 여성역량강화센터 대표는 “한국 남성과 만난 베트남 결혼이민자는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라며 “베트남 출신 여성 인력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쏟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사회개발연구원의 쿠엇투홍 박사는 “한국으로 시집가는 많은 베트남 여성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경험이 부족하므로 한국어와 문화뿐 아니라 베트남음식 요리법에 대해서도 교육하면 좀 더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세미나가 끝날 무렵 응우옌티투하 베트남여성연맹 부주석은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포럼에서 상대국의 법률과 정책을 더 배우고 싶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하노이=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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