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레는 프로포즈의 순간을 전세계인들이 함께 지켜본다면 어떨까. 지난 13일 미국경제뉴스방송 CNBC의 코트니 리건(31) 기자는 최근 '청혼 생중계'라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자신을 향한 청혼이 전파를 타고 전국에 생중계된 것.
'전국구 품절녀'가 된 리건 기자는 CNBC의 대표적인 미녀 기자 중 한 명으로, 이날 '나이틀리 비지니스 리포트(Nightly Business Report, NBR)'에 출연중이었다. 리건이 "올해의 인기 상품은 '약혼 반지(engagement rings)'"라며 설명에 나선 순간, 리건의 7년차 연인이자 CNBC의 헤지펀드 전문가인 제러드 베이커가 갑작스럽게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베이커는 방송 스태프들과 미리 이야기가 된 듯,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당당하게 리건의 바로 옆까지 접근했다. 리건은 방송에 집중하느라 베이커가 들어온 것도 한참 후에야 알아챘다.
베이커가 리건에게 스튜디오 앞쪽으로 나와달라고 요청하자, 리건은 이후 상황을 짐작한 듯 '신이여(Oh, my god)'라고 읇조렸다. 베이커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모두가 우릴 보고있어(Everybody see us)"라는 말로 이날의 공개 청혼이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명백히 계획된 것임을 알렸다.
베이커는 "7년, 긴 시간이었어"라고 운을 뗀 뒤 "당신을 처음 본 날부터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의 미소를, 웃음을 사랑해. 심지어 당신이 춤추는 방식까지도 사랑해"라고 말해 리건을 잠시나마 웃겼다. 감격이 북받친 리건은 울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베이커는 무릎을 꿇으며 "나와 결혼해줄래(Willl you marry me)?"라고 말했고, 리건은 울음을 멈추지 못하면서도 "좋아. 고마워. 나도 당신을 사랑해(Yes! Thank you, I love you)"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진한 키스를 나누며 포옹했다. 'NBR'의 타일러 매디슨 앵커와 방송 스태프들도 박수를 치며 이들을 축하했다. 이 모든 과정은 CNBC 채널이 송출되는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고, 리건과 베이커는 전국에 결혼을 발표한 셈이 됐다.
기막힌 프로포즈를 받은 리건 기자는 다음날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말정말 행복하다"라면서 "(청혼을 받았을 때) 방송으로 나간다는 생각도 못했다. 아무 생각도 안 났다(I had no idea)"라고 고백했다. 이름난 베테랑 기자에게도 청혼은 일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코트니 리건-제러드 베이커 청혼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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